몇 년 전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라는 동화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처럼 잔잔하면서도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동화다.
평소에 우리들은 듣고 보고 말하고 하는 것에 너무나 당연히 감사해 할 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런데 누군가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는 경우는 좀 더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대한다.
고요한 바다... 들리지 않으니 늘 고요할 수밖에...
예룬 판 하엘러가 쓴 고요한 바다를 여행하고 돌아오니 정말 먼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파도치고 갈매기 날고 해변에서 궁뎅이 찜질도 하고 모래성도 쌓고...
에밀리오가 놀던 해변에 마치 나를 남겨두고 온 듯 하다.
에밀리오와 하비에르 아저씨의 우정이 참 남달라 보인다.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대한다는 건 참 어렵다. 그런데도 하비에르 아저씨는 진심으로 에밀리오를 대하는 것 같아 늘상 고요속에 사는 에밀리오가 그나마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에밀리오의 아빠는 동생 로요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집을 나갔다. 엄마가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 자신이 외롭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에밀리오는 아빠를 미워한다.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그것을 아빠라 하는 에밀리오의 모습에서 말없는 에밀리오가 참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
하비에르 아저씨가 뇌졸증으로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에밀리오는 하비에르 아저씨가 늘 자신의 곁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저씨가 살아있다면 에밀리오에게 뭐라 말할까?라는 질문에 온 힘을 다해 말을 하려고 하는 모습...
아마도 아저씨도 하늘나라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
아저씨에 이어 엄마까지도 하늘나라로 보낸 에밀리오는 에밀리오에게 말을 가르치고 마음을 나누게 하는 세뇨라 안나 선생님과 살게 된다. 그나마 에밀리오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둘이 해변에서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마지막 장면이 참 멋지다.
에밀리오의 소원이기도 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과 해변에서 춤을 추는 거.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음악 소리에 맞춰서...
어쩌면 에밀리오는 가장 멋진 음악과 맞춰 춤을 추고 가장 멋진 소리를 듣는 게 아닐런지.
자연의 소리를 마음으로 들으니까 말이다.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하루로 마무리 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