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닥의 힘 ㅣ 브로콜리숲 동시집 46
김순란 지음, 이을희 그림 / 브로콜리숲 / 2023년 9월
평점 :
『바닥의 힘』/ 김순란 동시집/ 브로콜리숲/ 2023
김순란 시인의 첫 동시집, 『바닥의 힘』. ‘첫’이라는 관형사가 문장에 들어가면 괜히 설렌다. 첫사랑, 첫걸음처럼 첫 동시집 또한 얼마나 설렐까. 약간은 조심스럽고 어설플 것 같은 그 ‘첫’이 김순란의 동시집 『바닥의 힘』에서는 꽤나 단단하다. ‘첫’이 아닌 이미 여러 차례 시집은 낸 것 같은 느낌이다.
김순란 시인은 2019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면 현재 글로벌환경교육디딤돌 강사와 북테라피 활동가, 해암아동문학회 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개미는
놀기만 하는 베짱이가 걱정됐죠
겨울이 되자
개미는 베짱이를 집안으로 불렀어요
그 겨울
베짱이는 개미집에서 따뜻하게 살았어요
이듬해
신기한 일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춤추는 개미 등장!
-「이런 세상」 전문 (36쪽)
이미 잘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이 이야기를 반전시켜 재미를 더했다. 베짱이가 개미집에서 따뜻하게 겨우살이를 하기만 했으면 심심했을 이야기가 “춤추는 개미 등장”으로 요즘 세태를 반영한 재미난 동시가 되었다. 개미집에서 일어났을 사건을 상상하는 또 다른 재미는 덤이다.
엄마한테 혼나고
풀어 죽었다
죽었던 풀이
아빠한테 위로받고
조끔씩 살아나고 있다
-「풀」 전문 (37쪽)
한 편의 시에서 풀이 지닌 이중적인 가려서 읽을 수 있다. 빛과 어둠이 있는 것처럼 엄마한테서는 혼났지만 아빠한테서는 위로 받고 이렇게 세상은 균형을 맞추는 것 같다.
한눈팔지 않았는데
길바닥에 넘어져요
돌부리에 걸려
구덩이에 빠져
때론 제 발에 걸려
다시 가던 길 가려면
손바닥으로 땅바닥 짚고 일어나야 해요
바닥과 바닥이 맞닿으면
벌떡 일어날 수 있는 힘
불쑥 생기나 봐요
-「바닥의 힘」 전문 (60쪽)
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산만 한 킹콩 만나게 돼요
킹콩 콧구멍 속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자동차들
킹콩 뱃속은 자동차 방귀로 숨이 막히고
살려달라 내달리는 소리에 귀가 멍멍해요
뿜뿜 냄새와 앵앵 소리에 놀란 킹콩이
벌떡 일어나 우리를 잡으러 오면 어쩌지요?
-「킹콩 터널」 전문 (78쪽)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터널을 수시로 들락날락하는데 그때마다 괜히 살짝 불안했던 이유가 킹콩 뱃속이라서 그랬던 모양이다. 킹콩이 놀라서 잡으러 오면 위의 시 「바닥의 힘」으로 벌떡 일어나 냅다 도망쳐야 하지 않을까? 다시 짚고 일어날 힘이 있다는 건 희망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