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름이 많아 ㅣ 시 읽는 어린이 172
이서영 지음, 이채원 그림 / 청개구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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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름이 많아』/ 이서영/ 청개구리/ 2026

 

응원하고 싶은 동시집

 

 

작가의 말에 올해 어린이집에 입학한 두 살 지안이와 노치원에 입학한 여든한 살 어머니를 응원한다고 이서영은 시인은 적었는데 나는 이서영 시인을 응원하고 싶고, 동시집 속, 할아버지와 고희자 할머니를 응원하고 싶고, 화자와 친구 현지를 응원하고 싶고, 길냥이를 응원하고 싶고, 곶감을 꽃감이라 부르던 할머니를 응원하고 싶다.

추석 연휴에 몇 권의 동시집을 읽었다. 읽히는 동시집이 있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감도 안 오는 안 읽히는 동시집이 있다.(내 머리가 나쁜 건지...) 지난여름 출간된 이서영 시인의 『난 이름이 많아』는 무엇보다 잘 읽혀서 좋았다.

이서영은 시인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천강문학상, 2023년 최계락문학상을 받았으며 동시집 『소문 잠재우기』, 『너, 정체가 뭐니』를 출간했으며 어린이와 어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하고 다정한 글쓰기를 좋아하는 작가다.

 

홀로된 할아버지를 위해/ 아빠는 강아지를 데려왔어// 할아버지가 복실이랑 산책하던 날/ 고희자 할머니를 처음 만났지// 할머니가 강아지 귀엽다고 말 붙이자/ 복실이 자랑을 아주 길게 하셨대// 고희자 할머니 자주 가는 공원에/ 날마다 복실이 데리고 가는 할아버지// 벙글벙글 잘 웃는 모습 보고/ 좋은 일 있냐고 묻는 사람 많지// 할아버지는/ 강아지랑 산책하느라/ 바쁘다고만 하시지.//

 

- 「할아버지가 달라졌어요」 전문, (18쪽~19쪽)

 

연세 드신 분들에게서 ‘말벗’은 참 중요하다. 강아지 복실이가 이어준 말벗 때문에 할아버지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도는 것 같아 읽는 독자의 마음도 환해진다. 부모라도 자식들에게 다 못 하는 말도 있을 테고 그나마 말을 들어주는 자식이 가까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요즘은 너나없이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니 기대하기 힘들다. 각자 걱정 안 끼치고 사는 게 제일인 것 같다.

 

붕어빵 가게에 크게 붙여 놓은 글/ -손이 거북이라서 죄송합니다.// 길게 줄 서 있어도/ 아저씨 손은 느릿느릿// 기다리던 순이 할매/ -아이구, 손이 이리 느려서야 내가 잡아 줄게.// 진희 아줌마도/ 영호 삼촌도/ 빵빵한 붕어/ 봉지로 몰아넣는다// 손 보태는 사람 덕분에/ 따뜻한 붕어 많이 잡았다.//

 

- 「손이 거북이라서」 전문, (36쪽)

 

이 시는 우리 사회가 원하는 따듯한 풍경이 아닐까? 삭막한 풍경을 많이 보다가 이 시를 읽고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려보니 마음이 따듯해져 온다. 이런 풍경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면 시끄러운 일도 훨씬 줄어들 텐데. 작은 마음이지만 그 마음이 보태고 보태지면 우리 사회는 달라질 것이다. 이서영 시인의 동시집이 그 마음의 온도를 더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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