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뿔 ㅣ 줄탁동시 1
곽해룡 지음 / 비(도서출판b) / 2026년 4월
평점 :
『뿔』/ 곽해룡 동시집/b/ 2026
『뿔』이라는 제목을 달고 곽해룡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그림 없는 동시집이다. 대부분의 동시집이 삽화를 기본으로 넣고 편집하는데 어쩌다 삽화 없는 동시집을 만나기도 하는데 읽다 보면 온전히 시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이런 편집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1부 “나는 조금 삐딱한 사물”, 2부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물들”, 3부 “착한 척 연습”, 4부 “길에서 마주친 사물들”, 5부 “쓸데없는 생각이 소중해”로 5부, 61편의 시를 만날 수 있다.
4부, “길에서 마주친 사물들”이 다른 부에 비해 편 수가 많은 걸 보면 주변의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듬뿍 주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곽해룡 시인은 『뿔』 안에 작은 뿔이 빼곡한 동시집으로 독자를 만나지만 이 동시집을 읽는 독자는 마음속 여기저기 뿔이 삐죽삐죽 돋는다. 누군가를 들이받는 뿔이 아니라 고민하게 만드는 뿔이다.
거울을 본 적 없는 어린 송아지는
어미 소처럼 자기 머리에
힘센 뿔이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가끔 송아지는
그 뿔로
괜히 하늘을 들이받는다
그 근사한 뿔을 믿고
겁 없는 송아지들이
오늘도
노라 가방 메고
씩씩하게 유치원에 간다
-「뿔」 전문, 13쪽
늙은 나무는 상처가 많네
천둥 번개 지나간 자리 옹이가 되고
겨울 도끼바람 맨몸으로 받아내
어느 한 곳 성한 자리 없네
줄기에서 가지가 자라고
그 가지에서 새 가지가 자라는 동안
중심을 잃지 않는 나무
끄응!
병원 침상에서 몸 일으켜
핏줄 굵은 손등 주삿바늘 뽑고
환자복 벗는
상처투성이 늙은 나무 한 그루
백 번 찍혀도 다시 일어서는
할아버지 까끌까끌한 손
곁가지로 자란 내 머리 쓰다듬어 주시네
-「백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전문, 52~53쪽
시인의 바람처럼 『뿔』을 읽고 뿔난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크기나 모양을 떠나서 재밌고 풍성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듯하다.
곽해룡 시인은 2007년 눈높이 문학대전에 당선되며 동시를 쓰기 시작해 동시집 『맛의 거리』, 『입술 우표』, 『이 세상 절반은 나』, 『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 『말랑말랑한 말』을 냈다. 방정환문학상, 전태일문학상, 연필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