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 소설이라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앞 부분에서 리처드와 같이 혼돈의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인지 진도가 안 나간 책이다.
리처드의 환각이 내게도 전염이 되는 건지..
읽다보면 여기가 어딘지... 어느 문으로 들어오고 나갔는지.. 나까지도 막 헤매게 된 소설...
어찌보면 제일 막강한 환타지 소설이랄 수도 있겠다.
꿈인지 현실인지를 분간하기 힘들게 하는 책이었으니..^^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주인공인 리처드와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 애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길 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도어아가씨를 발견한 뒤로 리처드의 삶은 완전히 바꼈다. 런던 지상에서 살던 리처드가 런던의 지하도시로 내려가 온갖 모험에 동참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지상과 지하...라는 글자의 차이 밖엔 없지만 그 안에서는 삶이 송두리 째 변하게 되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어와 헌터, 후작, 백작, 그리고 청부업자 벤더마와 크루프...
리처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하세계의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사는 방식도 또한 지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헌트의 배신이나 이슬링턴 천사가 가진 두 얼굴...벤더마와 크루프까지...
선악이 상반되게 공존하는 것은 지상과 닮은 꼴이었다.
무료한 삶에서 갑자기 자신조차도 뭐가 뭔지를 모르게 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하에서 리처드는 모든 것을 본래로 되돌려달라고 한다. 자신의 소원이라고...
원래대로 해달라고..
긴긴 모험을 마치고 리처드가 도어가 열어준 문을 열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자신이 승진을 했고, 옛 애인도 다시 돌아와 준다고 하지만 뭔가.. 가슴속에 메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리처드는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후작의 뒤를 따른다.
무료한 일상이라도 그 삶에 적응해서 살면 그런대로 살아는 간다.
리처드의 경우 모험을 크게 좋아하는 사람 같지는 않지만... (다리위에서 벌벌 떠는 모습을 보더라도..) 이미 지하세계의 매력에 빠져 버린 듯 하다.
마음에 담고 있던 도어 아가씨도 지하에 있고...^^
지하에선 용감한 젊은이..라는 호칭도 얻었고.. 어쩌면 지상보다 지하가 리처드에게 더 살기 편한 세상이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참 용기있는 젊은이 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 같으면 그렇게 고생했고 또 여전히 낯선 세계인 지하로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인데..
주인공에게는 특별히 더 원하는 것이 아직 남았나 보다.
어쩌면 그게 도어 아가씨인지도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