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를 할아버지나무에게서 배우다

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모처럼 가슴에 깊이 와 닿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잊혀져 가는 기억을 꺼내 하나하나 펼쳐놓게 하는 책이랄까..
가슴에 묻힌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내 앞으로 모시고 와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눌 그런 기회를 책이 가져다 준 셈이다.
 
이 책에서 밤나무인 할아버지나무와 작은 나무가 인생에 있어서 살아가는 지혜를 작은 나무에게 들려주듯이 .. 그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자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리게 됐다.
그리고 생각났다.
오래 전 우리 집과 우리 집을 둘러쌓고 있던 나무들...
감나무, 대추나무, 살구나무, 모과나무, 앵두나무, 석류나무, 포도나무....
또 밭에 나가면 사과 과수원을 했던 우리집인 만큼 사과밭과 복숭아나무가 밭에 넓게 펼쳐져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꼭 나의 고향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무 심기를 좋아한 할아버지...
닥나무를 밭둑에 심어놓고 해마다 초 가을이면 문에 창호지를 깨끗하게 바르고 문풍지를 발라 바람 들어오는 빈큼을 막으셨던 할아버지...
이 책이 더 다가오는 건 아마도 그런 추억들을 슬쩍슬쩍 꺼내놓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집의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할아버지나무와 손자격인 작은 나무...
할아버지나무의 기품있는 모습에서 작은나무가 많은 것을 배웠듯이 나 또한 그랬다.
세상 살아가는 여유라고 할까..
작은나무를 위해 자신의 가지 하나쯤 부러뜨려서라도 태풍을 막아주는 그 마음이 남을 배려하고 희생하는 정신이 아니면 힘들다.
시골이 고향인 사람에게는 아마도 이 책이 진한 향수같은 걸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나무를 참 좋아하는데 ... 움직이지 않고 모든 세상을 이고 산다는 것에서 그 인내와 여유를 높이 사야겠지...  뿌리는 깊이 내리고 흔들림없는 생활이 이어지게 하자면 ... 잎이나 꽃보다는 뿌리 내리기에 더 신경 써야지.
나부터 흔들리지 않고 뿌리 내리기에 전념해야 겠다.
나도 한 그루의 뿌리 깊은 나무가 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