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우리 옛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화려한 그림이나 세련된 문체가 아니어도 이야기 자체에서 주는 구수한 맛이 묻어나기 때문에 요즘 나오는 창작동화와는 또 다른 맛이다.
저승에 있는 곳간은 서정오 선생님 특유의 구어체 문장들로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서술되어 있다.
예전에 읽었던 옛이야기 시리즈를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때도 아이들 책을 가지고 혼자 배꼽 잡으면서 읽었었다.
이 번 책은 우습다기 보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한 평생 베풀면서 사는 게 저승에 가서도 편안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베풀면서 살다 저승에 가면 저승에도 개개인의 곳간이 있는데 그곳에는 이승에 살 때 자신이 베푼 것들이 그대로 곳간 안에 들어 있다. 저승사자들의 실수로 30년 미리 염라대왕 앞에 간 박서방이 자신이 저승사자의 실수로 온 것을 알고 이승으로 돌아오려 하는데 이승으로 오려면 노자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노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저승 곳간 문을 열었지만 그곳엔 짚단 하나만 달랑 있을 뿐이었다. 이웃의 이서방에 곳간은 가득한데 비해 자신의 곳간이 텅 비어 있어 이서방 곳간에서 돈 300냥을 빌어서 이승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람이 살면서 직접 닥쳐 보지 않으면 그 상황을 잘 알지 못 한다.
아무리 남들이 뭐라 한들 자신의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그런데 막상 자신의 그 상황에 부딪히면 그 때서야 절실하게 다가온다.
박서방의 경우에도 자신이 직접 염라대왕 앞에 나가보고 곳간도 확인했기 때문에 남은 30년은 베풀면서 살아 훗날 저승에 가서는 잘 살았다 한다.
사실 내 손에 있는 것..남 주기 힘들다.
특히나 자신의 삶이 풍족하지 않을 경우엔 더 힘들고...
이 서방과 같은 사람도, 박서방과 같은 사람도 어쩌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질의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이 서방의 삶을 닮아 가도록 힘 좀 써봐야 겠는데 제대로 될 지 모르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