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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엄마가 입던 옷, 엄마가 바르던 화장품, 엄마가 신던 신발...이런 것들을 엄마 몰래 입어보고, 발라보고, 신어봤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어른만 되면 어떤 꿈같은 일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기에..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그 시절이 참 그리웠다는 걸 깨닫게 되는 데 그 때는 이미 늦었다.
어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책임감 같은 것들이 늘 자신을 현실에 묶어두기 때문에 맘대로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야 하는 게 어른이다.
이 책은 말레이시아의 그림동화 작가인 림헹쉬의 삽화를 곁들인 단문의 책이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책 첫머리부터 함께 하는데 짧은 단문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한참 생각해 봐야 할 깊이 있는 문장들이다.
<천리 밖을 걸어서야
비로소
마음을 가져오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 p89
이런 짧은 단문이지만 사람이 살면서 마음을 주고 있는 곳이 따로 있음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먼 길을 나서 목적지에 다가가지만 마음은 늘 떠나온 곳에 가 있다면 ...
아마도 그런 경우 많을 것이다.
특히나 가정이 있는 남편이나 아내의 경우 집에 남은 사람이 걱정이 되어 먼 걸 나서기 꺼려하는 경우가 마음 따로 몸 따로 이기 때문이다.
얼룩말에 등에 타고 얼룩말과 나누는 대화 부분에서 얼룩말이 빨간 원피스의 소녀에게 말한다.
" 부탁인데 너는 너의 색깔을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아줘"
라고 하는 부분도 참 인상 깊다.
자신의 색을 가지고 산다는 것...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인데 요즘은 누구를 닮아가는 것이 유행인 듯 하다.
외모도 누구와 비슷하게 누가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나도 잘 해야 하고 이러한 경쟁심리나 유행되는 말투 등등이 너도나도 따라해서 수많은 사람이 모인 무리 가운데서 다른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같은 사람 찾기 보다 더 어렵게 되었다.
나만의 색...
빨간 원피스의 소녀가 이 말은 꼭 명심해서 늘 순수하고 꿈 꾸는 듯한 표정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어쩌면 이 말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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