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동네 바람동시책 6
이묘신 지음, 전금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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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동네/ 이묘신 시/ 천개의 바람/ 2024

 

그동안 이사나 이사에 관련된 소소한 시나 동시가 작품으로 많이 발표되었다. 이묘신 작가의 별별 동네는 한 권 전체가 이사와 관련된 작품으로만 엮었다.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이사 가서 동네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귀는 과정, 동네가 좋아지기 시작한 느낌이 될 때까지의 과정이 마치 한 권의 만화를 읽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네 컷 짜리 삽화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묘신 작가는 2002MBC 창작동화대상 공모에 당선되고, 2005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및 2019년 제13회 서덕출문학상을 수상했다. 동시집으로 책벌레 공부벌레 일벌레, 너는 1등 하지마, 안이 궁금했을까 밖이 궁금했을까외 다수가 있고, 청소년 시집으로 내 짧은 연애 이야기가 있다. 그림책으로 콩쾅!쿵쾅!, 후루룩후루룩 콩나물죽으로 십 년 버티기외 다수가 있으며, 동화책으로 강아지 시험, 김정희 할머니 길등이 있다.

 

늘어놓은 가구들은/ 방과 거실에 자리 잡고// 늘어놓은 책들도/ 책꽂이에 자리 잡고// 신발들은 신발장에/ 옷들은 옷장에 자리 잡았는데// 아직 내 마음은/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꼬깃꼬깃 접힌 마음/ 어디에도 둘 데가 없다//

- 이사전문 (14)

 

이사한 날의 풍경이 그려진다. 아무리 포장이사를 해도 집주인이, 그 물건을 사용할 사람이 다시 정리를 해야 하는 게 이삿짐 정리다. 당장 이삿날에는 바빠서 정신없다가 그날 밤부터 와닿는 낯선 환경에 잠을 뒤척이게 된다.

 

이사 와서 힘든지 정우가 자꾸 겉도네/엄마가 내 이야기를 한다/ 어쩔 수 없지, 여기도 좋아질 거야/ 아빠는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아빠도 친구 없이 살아 볼래?/ 아빠가 내 마음을 읽어 주면 좋겠다//

- 은 언제일까전문 34

 

여러 번의 이사를 경험한 나 역시, 아이가 초등학생 때는 학교 때문에 멀리 움직이지는 못하고 학교에 걸어갈 수 있는 곳에서 움직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몇 달 간격으로 이사를 해야 했을 때도 학교까지 전학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고민했던 부분이다. 아이 입장에서도 이사 등으로 해서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한다. ‘은 부모의 바람이고 아이의 마음을 세세하게 살피는 게 부모로서 할 일이다.

 

, 산책하러 나온 것 뿐인데/ , 할머니에게 인사한 거 뿐인데/ , 심심해서 자꾸만 의자에 간 것 뿐인데/ ,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준 거 뿐인데// 그러는 사이/ 이 나무 의자가 좋아지고/ 이 동네가 조금 좋아졌다//

- 그러는 사이전문 58

 

 

할머니 친구가 생겼고, 고정으로 앉는 의자도 생겼고 그러다 보니 낯설기만 하던 동네도 조금씩 눈에 익숙해지고 탐험하듯 다니던 동네 구석구석을 눈에 익히고 나면 어디가 맛집인지 어디 놀이터가 괜찮은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러는 사이 동네에 자신도 조금씩 녹아드는 것이다.

 

이 동네로 이사 온 게 싫었어// 높은 아파트에 살 때는 좋았는데/ (그땐 나무 정수리를 보았지만 아래서 보는 것도 좋아)// 주택은 낮아서 창밖도 잘 안 보이잖아/ (집만 가면 볼 것이 더 많아)// 거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는데// 여기 내 친구들도 없잖아/ (이젠 의자 친구, 나이 많은 친구, 또래 친구도 생겼어)// 사실, 지금은 좀 재밌을 것 같아/ 앞으로가 엄청 기대되거든//

- 사실전문 90

 

이묘신 작가는 시인 말에서 30년 살던 단독주택에 살다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고 적으며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아파트 화단부터 눈을 맞추기 시작하니 정이 들면서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되더라고 적었다. 이사는 대부분 사람이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만큼 별별 동네우리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별별 동네가 들려주는 별별 동네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책 읽는 독자도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아이 마음도 좀 더 살필 것이고 이미 이사했다면 이사하던 날이 새록새록 기억날 테고, 이사하고 우리가 된 이웃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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