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생각 초록달팽이 동시집 14
장동미 지음, 김수옥 그림 / 초록달팽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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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생각/ 장동미 시, 김수옥 그림/ 초록달팽이/ 2024

 

 

장동미 작가의 첫 동시집인 숟가락 생각은 총 4부로 엮었는데 1~3부까지는 보통의 동시집에서 읽을 수 있는 동시인데 마지막 4부는 장동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시로 실었다. 충주댐 자리에 고향을 둔 작가는 그만큼 더 애틋한 맘을 담아 고향과 어린 시절 친구, 이웃을 동시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댐으로 수몰된 마을에 살던 분의 성묫길에 한 번 따라가 본 적이 있어 장동미 작가의 마음이 조금은 와 닿는다.

 

장동미 작가는 1988년 충주 MBC 여성 가을 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1996아동문예문학상 동시 부분으로 등단해 현재 내륙문학회 회원과 그림책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 남의 집에 사시던 할머니/ 올해 집을 지었다// 그 집에/ 제비들도 날아와 집을 지었다// -고것 참! 부숴버리고 싶지만/ 내가 그 맘 잘 알지!// 할머니 집엔/ 무허가 제비집이 여러 채다//

- 제비집전문 (32)

새로 지은 집에 제비가 집을 지으면 눈에 많이 거슬릴 텐데 집 없는 설움을 겪은 할머니라 제비가 집을 여러 채 지어도 눈감아 준다. 제비와 한집에 사는 것도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처마 밑에 제비 배설물이 수북하게 떨어지면 그걸 감당하는 사람은 집을 내준 집주인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골집에도 예전에 제비집이 있었는데 전래동화 속 이야긴 줄 알고 있지만 제비가 박 씨앗 하나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했었다.

 

사람들은/ 금수저, 흙수저 나누지만/ 나는 달라// 식탁에 앉을 때마다/ 밥이 보약이여 어여 먹어/ 할머니 말씀하시지// 하루 세끼/ 보약을 배달하는/ 나는 약수저//

- 숟가락 생각전문 (54)

 

표제작인 숟가락 생각은 숟가락이 화자다. 숟가락 입장에서 할머니가 하신 밥이 보약이여 어여 먹어라고 한 말씀을 기억해뒀다가 자신을 약수저라고 표현한 대목이 재미있다. , , , 흙수저까지 나누는 걸 봤지만 뭐니 뭐니 해도 보약을 퍼 나르는 약수저가 제일이다. 건강을 잃으면 앞에 말한 금, , 동수저도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보물 1호는 고향 떠날 때 선물로 받을 앨범. 키 크기 맞춰 찍은 가족사진, 장마철이면 학교 와서 소리 지르던 철이 할머니, 치매 앓던 순자 할머니네 집 8형제, 불장난하다 건조실 홀라당 태워 먹은 종수 아저씨, 밥알로 벽시계 밥을 주던 대식이 엄마……. 시간 날 때마다 앨범을 펼쳐 보며 고향 생각하던 할아버지. “할아버지, 요즘엔 왜 앨범 안 봐?”, “이제 몇 명 안 남았는데 뭔 재미로 봐.” 할아버지 앨범 대신 하늘을 올려다본다.

- 보물전문 (84)

 

쓸쓸한 장면이 그려지는 시다. 수몰될 때 고향을 떠나오면서 받은 앨범,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들춰봤을 앨범 속 주인공이 하나둘 세상을 떠날 때 그들과 함께 공유하던 추억도 더 이상 나눌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앨범을 들춰보는 일도 시큰둥해지는 것 같다. 수몰된 건 아니지만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 집인 내 고향 마을을 보는 것다.

 

지금 쏟아지는 비 안 보여? 개울에 애들 떠내려가면 선상님들이 책임질겨? 어여 싸게싸게 내 보내.” 장마철이면 교장 선생님도 꼼짝 못 하는 철이 할머니, 교장 선생님보다 더 높은 철이 할머니.

- 철이 할머니전문 (85)

 

손주 제일 보물인 할머니들 입장에선 아이들 학교 다닐 때, 특히나 큰 개울을 건너야 학교에 갈 수 있다면 학교보다 손주들의 안전이 우선이다. 철이 할머니는 교장 선생님보다 높은 분이 맞다.

 

작가가 가진 어린 시절이 추억이 지금의 작가로 성장하는데 발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4부를 읽으면서 많이 했다. 간접 경험은 직접 경험을 못 따라오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시골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사계절 앞산이 변하는 모습, 마을 앞 개울이 변하는 모습, 사계절이 변하는 동안 농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아는데 나와는 조금 다른 정서를 가진 장동미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많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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