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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있지 ㅣ 시 읽는 어린이 154
백두현 지음, 민재회 그림 / 청개구리 / 2024년 10월
평점 :
『엄마가 있지』/ 백두현 동시집/ 청개구리/ 2024
『엄마가 있지』 동시집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정치하는 사람도 동시집이나 동화를 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사용하다 보면 ‘초기화’ 또는 ‘리셋’과 같은 말을 접할 때가 있는데 어떤 상태를 처음으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나 정신상태를 아이와 같은 마음이나 정신상태로 되돌리면 지금처럼 어수선함이 좀 가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제천에서 동시와 수필을 쓰는 백두현 작가는 《자유문학》 동시 부문 추천과 《선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한국불교아동문학작가상, 중봉조헌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 『내 친구 상어』, 수필집 『삼백 리 성묫길』, 『이제 와 생각해보면』, 『설거지하는 남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 있다.
아버지가 땀 흘려 키운/ 옥수수를 팔아// 큰누나 등록금을 내고/ 형아 학원비도 내고/ 내 자전거도 샀다.// 분명 아버지가/ 옥수수를 키웠는데// 아버지는/ 옥수수가 너희를/ 키웠다고 하신다.//
- 「아버지의 겸손」 전문 (14쪽)
옥수수하고는 좀 다르지만, 우리 집은 사과밭을 했는데 사과나무가 우리를 키워 학교에 보냈다. 그 사과나무를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전부 캐낼 때 마음이 참 허전했다. 지금까지 그 어디서도 시골 우리 집 사과밭의 사과 맛을 찾기 힘들다. 옥수수가 아이들을 키웠다고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나의 아버지와 시골의 사과나무와 겹친다.
새들은 새끼일 적부터/ 물고기를 먹을 때/ 머리부터 삼킨다.// 꼬리부터 삼키면/ 지느러미가 목에 걸리니까.// 어떻게 알았을까?/ 아, 참!/ 새들도 엄마가 있지.//
- 「엄마가 있지」 전문 (18쪽)
표제작이다. 엄마로부터 하나하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건 사람을 비롯해 이 땅의 생명체 중 극히 일부만 빼고 비슷한 상황이다.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어린 자녀를 학습시키는 첫 번째 선생이다.
처음 아빠가 설거지하셨을 때는// -여보, 내가 설거지 할까?/ -어머, 고마워요!// 요즘 아빠가 설거지하실 때는// -여보, 내가 설거지 할까?/ -아니 그럼, 내가 해요?//
- 「엄마의 변심」 전문 (25쪽)
작가는 설거지를 잘하시나 보다. 설거지에 관한 작품이 이 작품 말고도 또 있었는데 요즘은 남자라고 손에 물 안 묻히다간 집안이 시끄럽다. 해도 별 표시 안 나는 게 집안일이다. 내 일, 네 일 나누기보다는 서로 융통성 있게 사는 게 가화만사성의 지름길이다.
서점에 갔다.//
잘 안 팔리는 책은/ 책꽂이에/ 한 권씩 서 있고// 잘 팔리는 책은/ 진열대에/ 여러 권씩 누워 있다.// 서 있어도/ 좋은 책 많다.//
- 「서 있는 책」 전문 (54쪽)
출판사 밥을 좀 먹었고 글을 써서 책도 내 봤지만 많은 작가의 고민일 거라 생각한다. 여러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출판, 유통의 과정에서 진열대에 누워 있다고 꼭 좋은 책도 아니고 책꽂이에 서 있다고 해서 안 읽고 넘어가도 되는 그런 책은 아니다. “서 있어도/ 좋은 책 많다.//” 마지막 연이 와 닿는다. 많은 작가의 고민이 해결되는 날이 오기를.
며칠 내내 뉴스를 접하고 있지만 가슴을 뻥 뚫어주는 소식은 없다. 더 이상 답답하지 않게 국민이라도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 동시집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깨끗해야 판단도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실수했더라도 다시 돌아오기는 긴 시간이 걸리고 의도치 않은 길을 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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