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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 - 이주홍문학상 수상
이재순 지음, 최유정 그림 / 학이사어린이 / 2024년 11월
평점 :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 이재순 동시/ 최유정 그림/ 학이사어린이/ 2024
바람이 다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반팔을 하고 다닌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잔뜩 움츠려 다니게 되는데 어린아이들 노는 모습은 여름이나 겨울이 다가오는 늦가을이나 같다. 끊임없이 에너지를 뿜어내고 노는 모습에만 열중하는 걸 보면 그들만의 동심이 자리 잡고 있어 저리 놀 수 있겠다 싶다. 이 동심을 어른이 된 지금에도 꾸준히 키워내는 이재순 시인이 신간 동시집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을 출간했다.
이재순 시인은 1991년 월간 《한국시》 동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해 2017년 《한국동시조》 신인상 2022년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 작품상에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별이 뜨는 교실』, 『큰일 날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나비 도서관』, 『발을 잃어버린 신』, 『마음 문 열기』,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가 있다.
영남아동문학상, 김성도아동문학상, 박화목아동문학상, 김영일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과 금복문화상(문학)을 수상했다.
들 가운데/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까치발로 걷다가/ 세 잎 클로버를 밟았다// 밟힌 세 잎 클로버가/ 힘없이 꼬꾸라졌다// 네 잎 행운을 찾으려다/ 세 잎 행복을 밟았다//
- 「이래도 되나」 전문 (32쪽)
네 잎 클로버 하나 찾고 나면 왜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실제 행운이 오고 안 오고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찾았을 때의 잠시 잠깐의 행복감 때문에 열심히 찾게 되는 듯 하다. 네 잎을 찾기 위해 세 잎은 무던히도 많이 밟았던, 지난날 내 발에 밟힌 세 잎 클로버에게 미안해진다. 이래도 될까? 하고 잠시만이라도 고민했더라면 조금이라도 덜 밟았을 텐데.
뜨거울 땐/ 호~ 호~/ 식혀 주고// 엄마 입속엔/ 시원한 바람이 살아요.// 시릴 땐/ 호~ 호!/데워 주고// 엄마 입속엔/ 따스한 바람도 살아요.//
- 「엄마 입김」 전문 (43쪽)
엄마 입속엔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바람만 뿐만 아니다 넘어져 아플 때 호~ 호~ 불어주면 금세 낫는 만병통치약도 있다. 아이에게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가슴 따듯한 말도 숨어 있다. 아이들이 꼭 엄마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어야만 괜찮아지는 걸 보면 엄마와 아이의 절대적인 신뢰 관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쁜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였다/ 밥공기 두 개, 꼭 껴안고/ 떨어지지 않는다/ 퐁퐁을 묻혀도 안 되고/ 탁탁 쳐도 안 된다// ‘어쩌면 좋아’/ 엄마에게 물었다/ “따뜻한 물에 담가 봐”/ 그래도 꼭 껴안고 있다.// 얼마 후/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르게/ 쏙, 빠져나왔다/ 헤어지는 데도/ 따듯함이 필요했나 보다.//
- 「그릇끼리」 전문 (84~85쪽)
설거지하다가 가끔 그릇끼리 붙어서 안 떨어질 때가 있는데 막상 그릇을 들고 떼려고 낑낑거리다 보면 당황스럽다. 많은 독자가 경험해 본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시와 하나 되어 읽을 수 있다. 뚜껑이 안 열린 때도 간혹 있는데 그럴 때도 뜨거운 물에 거꾸로 담궈 놓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그릇 외에도 따듯한 온기를 필요로 하는 데가 많구나를 실감한다.
찬바람이 불면 지니고 있던 온기도 더 빨리 날아가기에 그 온기를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이 이렇게 보충해 주고 있다.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과 함께 따스한 겨울나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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