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의 노래 - 2024년 문학나눔 선정도서 초록달팽이 동시집 7
전병호 지음, 국은오 그림 / 초록달팽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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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의 노래』 /전병호 시/ 초록달팽이/ 2023
     
이 시집의 제일 마지막 시인 녹두꽃의 노래가 표제가 되었는데 『녹두꽃의 노래』라는 제목에서 가슴이 막 두근거린다. 그 시대로 순간이동이나 한 듯이 사람들 모인 곳에 함성을 지르며 손에는 돌멩이 하나라도 쥐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시절이 녹두장군이 의병운동을 한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있을까도 싶다. 누군가는 피 흘려가며 지켜낸 나라고 자유인데 가끔은 이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녹두꽃의 노래』를 출간한 전병호 시인은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방정환 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 동시집 『들꽃 초등학교』, 『봄으로 가는 버스』 외 다수가 있으며 시 그림책 『우리 집 하늘』, 『달빛 기차』, 『사과 먹는 법』 등이 있다.
「두루봉 아이1~12」까지는 선사시대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고, , 「낙화암에서」, 「강화 갑곶 돈대에서」, 「녹두꽃의 노래」를 읽을 때는 비분강개하는 마음이 일기도 한다. 「돌새」는 아주 긴 이야기 속에 빠졌다가 나온 것 같다. 「도깨비방망이를 찾습니다 1, 2」와 같은 시를 읽을 때 슬그머니 구수한 옛이야기 들을 때처럼 친숙해져 마음을 놓았다가 도깨비방망이의 쓰임을 걱정하는 시 후반에서는 시인의 걱정에 절로 동참할 수밖에 없다.
     
첫소를 길러준 산아.
내 키보다 훌쩍 더 자란 풀아.
햇살을 나눠주는 비야.
목마름을 달래주는 비야.
     
비바람을 막아주는 작은용굴아.
꿀잠 자게 해주는 큰 용굴아.
피라미를 길러주는 오가리강아.
하늘을 이고 선 두루봉아.
     
꽃봉오리를 맺은 사과나무야.
사과꽃을 찾는 나비야.
사과를 익히는 빨간 햇살아.
사과 향기를 나르는 바람아.
     
감사해야 할 것이 아주 많았지.
날마다 아침을 문을 여는 해야.
환한 밤을 주는 보름달아.
눈 깜빡이며 나를 보는 샛별아.
     
- 「감사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두루봉 아이 5」 전문 (22~23쪽)
     
어떻게 해야
꽃이 되는지
     
그걸 아는 사람이
삼천 명이나 있었네
     
- 「낙화암에서」 전문 (47쪽)
     

우리 동네, 우리 고장, 우리나라, 지구, 더 크게 우주를 지키고 보존하는 데는 총, 칼이 필요한 게 아니다. 시인이 말하는 이 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시인의 말에서 “때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온몸이 짜릿해질 때도 있습니다.”라는 문장에 공감이 많이 간다. 같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이제는 좀 더 다른 마음가짐으로 돌멩이 하나, 나무 기둥 하나하나에 담긴 옛 조상들의 마음도 생각해 봐야겠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읽고 난 뒤 처음 방문하는 유적지에서는 마음가짐이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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