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 화장지 - 제2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대상작 동시야 놀자 17
문근영 지음, 밤코 그림 / 비룡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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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화장지/ 문근영 동시집/ 비룡소

 

2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수상작이 실린 동시집, 문근영 시인의 두루마리 화장지가 출간됐다. 쉬운데 재밌다. 단조로운 것 같은데 생각할 거리가 많다. 이렇게 쓰기까지 시인의 노력은 말 안 해도 알겠다. 어른이 읽어도 키득키득하는데 아이들이라면 푹 빠져서 읽게 될 동시집이라는 확신이 든다.

 

문근영 시인은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눈높이아동문학상, 금샘문학상, 목일신아동문학상, 비룡소동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안개 해부학, 그대 강가에 설 때가 있으며, 동시집으로 연못 유치원, 앗 이럴 수가, 깔깔깔 말놀이 동시(공저)가 있다.

 

뼈가 아니고

살이 부러진다

 

고작

살 하나 부러졌는데

한쪽 산이 무너져 내린다

 

산사태 난 것처럼

 

- 우산전문 (8)

 

가끔 한쪽 살이 부러진 우산을 사용해야 될 때가 있다. 집에 우산이 그것밖에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들고 나가는데 우산 살이 부러진 쪽으로 비가 더 많이 흘러 내리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생각을 해보니 시인의 발상이 신선하면서도 놀랍다.

 

처음엔

살살살 풀리더니

 

끝 무렵엔

다라라락 풀린다

 

젖 먹던 힘 다해

스퍼트하는

 

마라톤 선수처럼

 

- 두루마리 화장지전문 (18)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힘을 많이 빼지 않고 달리다가 중반을 넘어 조금씩 속도를 올리다가 마지막에 있는 힘을 다해 뛰는 마라톤 선수의 모습을 늘상 사용하는 두루마리 화장지에서 보다니.

 

보도블록과

나란히 깔렸지만

 

우리한테는

길이 아닌

 

흰 지팡이가

,

두드려야

 

비로소

길이 되는

 

- 점자 블록전문 (36)

 

평소 아무 생각없이 밟고 지나다니는 점자 블록인데 시각장애인에게는 탁, 탁 그들의 눈이 되어 주는 흰 지팡이와 함께 꼭 필요한 길이다. 두드려야 길이 되는 점자 블록, 소리와 손발의 감각으로 길을 내딛는 이들이 읽어도 많은 공감을 얻겠다. 이렇게 몇 편만 소개했지만 문근영 시인의 직관이 동시집 곳곳에 많이 보인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문근영동시집

#두루마리화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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