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가 웃다
권영세 지음 / 학이사어린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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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가 웃다/ 권영세 동시집/ 학이사어린이/ 2023

 

더 깊어지고 더 맛깔나는 동시

 

어제, 어느 다른 지역에 계신 선생님이 권영세 선생님의 동시집 동백나무가 웃다를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내면서 책 만든다고 애썼다고 동시집이 너무 예쁘다고 하셨다. 아직도 내가 학이사에서 책 만드는 줄 알고 계신 선생님들이 있으신 것 같다.^^

 

이번에 나온 동백나무가 웃다는 기존에 동시집과 많이 다르다. 삽화가 없는 동시집이다. 기존 학이사어린이 동시집보다 판형도 다르고 깔끔한 양장인데 그래서 더 세련된 모양새를 갖춘 동시집이 되었다. 동시집도 훨씬 깊고 맛깔스럽다. 소통, 회복, 위로, 치유 총 4, 58편의 동시가 실렸다.

 

권영세 선생님은 1980년 창주문학상 동시 당선, 계간 아동문학평론동시 천료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면 1981월간문학신인작품상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동시집으로 겨울 풍뎅이, 반디 고향 반디야, 참 고마운 발, 캥거루 우리 엄마, 우리 민속놀이 동시, 권영세 동시선집등과 산문집 덩굴식물 만데빌라에게 배우다등을 펴냈다. 대한민국문학상(신인 부문), 한국동시문학상, 대구문학상, 대구시문화상(문학 부문)등을 수상하였다.

 

집으로 가는 저물녘

누군가 나를 붙잡는다.

 

내려다보니

도깨비바늘이구나!

 

바지 끝자락 꼭 잡고

함께 가려는 걸 보니

 

너도 가끔

혼자 있기 싫은가 보네.

 

- 너도 가끔전문 13

 

 

혼자 있다가도 가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있는데 도깨비바늘이 바지에 딸려온 걸 보고 혼자 있기 싫어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시인의 눈이고 마음이다. 숲에서 도깨비바늘이 붙어오면 떼서 버리기 바빴는데 한마디라도 붙여주고 떼어내야겠다는 생각이 이제 든다.

 

할아버지, 베란다에 동백꽃이 활짝 피었어요.

 

그래, 동백나무가 드디어 웃었네.

 

근데 할아버지, 나무도 웃어요?

 

그래, 나무도 때가 되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지.

 

! 그래서 꽃이 저렇게 곱네요.

 

그렇지, 오래오래 참고 견뎠으니 더욱 곱단다.

 

 

- 동백나무가 웃다전문 15

 

표제작인 동백나무가 웃다, 표지에 세 송이 붉은 동백이 정말 예쁘다. 자세히 정말 웃는 듯도 하다. 동백뿐만 아니라 꽃을 피우는 나무 한 그루, 야생화 한 포기, 한 포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다 꽃을 피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으니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엄마 아빠와 헤어져 갈 곳 없는 너구리 한 마리 골목 하수구에서 산다.

이제 훌쩍 자란 너구리의 집은 하수구이다.

사람들 눈길 피해 종일 깜깜한 굴속에 숨어 지내다 혼자 사는 골목 안 집 할머니 손에 들려온 밥 냄새가 맨홀 뚜껑 틈새로 기어들 때면 얼른 모습 비친다.

한 번도 귀찮다 않고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는 할머니

그래, 식구가 따로 있나. 한솥밥 같이 먹으면 식구지.”

할머니와 너구리는 지금 진짜 식구이다.

 

- 진짜 식구전문 54

 

 

산골이 고향이 나는 어릴 때 소, , , 토끼 이런 동물들이 늘 있었다. 사람이 밥 먹기 전에 먼저 동물들 먹을 것부터 챙겨주고 나서 밥을 먹었다. 어른들이 외출할 때 꼭 당부하는 것도 소먹이 주라는 것이었고, 키우는 동물들 때문에 며칠씩은 집을 못 비우는 게 당연했다. 한집에 사는 한식구라 그랬다. 진짜 식구에서도 혼자 사는 할머니나 너구리가 진짜 식구처럼 서로에게 의지하고 사는 모습이 보인다.

 

 

미루나무 가지가

바람의 겨드랑이를 간질입니다.

 

바람이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키득키득 웃습니다.

 

미루나무가

온몸을 흔들며 웃습니다.

 

산과 들의 풀 나무들이

따라 웃습니다.

 

온 세상이 크게 입 벌려

한꺼번에 웃습니다.

 

- 웃다전문 77

 

치유편에 실린 동시인데 웃음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웃음 치료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하하하 호호호 웃다 보면 온 세상이 건강해지지 않을까? 뉴스 보기가 겁난다. 옛날에 비해 체격은 커지고 영양 과잉인데 비해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회 전반의 문제인 것도 같고, 양육자의 문제인 것도 같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어디서든 맘껏 웃을 수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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