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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
김춘남 지음, 한미정 그림 / 효민디앤피 / 2023년 7월
평점 :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 김춘남 동시집/효민디앤피/ 2023
동시는 ‘아’와 ‘어’ 사이에 있다고 시인의 말에서 말하는 김춘남 시인은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아동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한국동요사랑 대상을 수상하였다. 동시집으로 『앗, 앗, 앗』, 『아직도 피노키오』, 『빼빼로 데이에 주문을 외우는』, 『한국을 빛낸 사람들』(공저)이 있으며, 시집으로 『달의 알리바이』가 있다.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에는 총 4부로 55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배가 아파서
끙끙거리며
밤새도록 앓던 엄마,
일주일 꼬박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야
겨우 살아났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와 이리 해 놨노.”
“제발 어질지 좀 마라.”
엄마 잔소리에
내 짜증도
다시 살아났지만
그래도 좋다.
엄마 목소리!
- 「살아났다」 전문 (12쪽)
집에 누구라도 아프면 집안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그런데 아픈 사람이 엄마면 온 집안이 엉망이 되고 만다. 집안 살림이 그대로 멈추기 때문이다. 적당한 잔소리는 필요하다. 잔소리 없이도 잘하면 그보다 좋은 건 없겠지만 주변에서 집에서 본 바로는 그런 아이는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잔소리하는 엄마지만 엄마가 살아난 데 대한 기쁨 마음이 나타나 있다.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탄
아이
분홍의자에 적힌
글씨를
또박또박 읽는다.
<임.산.부.먼.저>
-엄마, 임산부가 뭐야?
-뱃속에 아기씨가 있는 아줌마야.
-그런데 왜,
뚱뚱한 아저씨가 앉아 있어?
- 「임산부 먼저」 전문 (12쪽)
임산부를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버스나 지하철에 임산부석을 만들어놨는데 실제로는 임산부보다 일반인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보여 주듯이 임산부가 많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 동시에서와 같이 상관없는 사람이 앉아 가는 것보다 임산부가 맘 편히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 놓으면 좋겠다. 출산 장려는 아주 작은 것보다 변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몇 년 말에
생일잔치를 한
주인공 아이에게
아빠가 물어보았다.
“아빠는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어?”
“그냥 아빠.”
“그래 고맙다.”
- 「그냥 아빠」 전문 (106쪽)
‘아무거나’와 ‘그냥’이라는 단어만큼 만만하고 편한 말이 또 있을까? 모든 걸 아우르면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말이다. 때에 따라서 상대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도 없지는 않다. “그냥 아빠”는 아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좋다는 말이니 더 이상 뭘 바랄까. 그래서 이 동시집도 “그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