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 네이버 인기 블로그 '풀각시 뜨락' 박효신의 녹색 일기장
박효신 지음 / 여성신문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 블로그를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어떻게 아직 모르고 있었을까?
배우고 본받아야 할 이웃을 새로 알게 된 것 같아 참 기쁘다.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나에게의 반문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 다닌다.

좋은 직장...

은퇴를 미리부터 생각해 두었다지만 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시골로 내려간다는 것이 대단한 용기라 생각된다.

 

농사 또한 땀을 흘린만큼 정직하게 거둬들이는 거라 하지만 예기치 못한 자연 재해로 일년 치를 전부 망치는 경우도 많이 보았기에 전문 농군이 아닌데 농사짓겠다고 뛰어는 건 참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도시에서 직장생활만 하던 분이 농사를 짓겠다고 뛰어들었다. 물론 농사를 짓기 위해 공부도 했지만 어디에나 이론과 실전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하는데 농삿일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이 농삿일 하시는 걸 보고 자라고 지금도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어깨넘어로 본 걸로만 농사를 지으라면 많은 과오를 범할 것이다.

시골에서 나와 결혼하고 올해 초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주택으로 와서 시멘트 바닥에 흙을 돋운 공간 하나를 마련해서 이것저것 심어봤다.

오이며, 호박이며, 상추며, 방울토마토, 고추..등..

아마도 시골에서 20년 동안 부모님 농사짓는 걸 보며 자랄 때도 올해 만큼 식물들에게 애정을 쏟은 적이 또 있을까 싶다.

 

매일 들여다 보며 대화하고 방울토마토 하나라도 달리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서 감사하게 따먹고 좀 더 수확이 좋은 고추나 상추는 이웃에게 나눠도 주고...

수확하는 기쁨이란 게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해본 다음에야 비로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올 해 심은 것들에게서 하나라도 수확은 했다지만 농사에 서툴은 게 다 들통났다.

방울토마토와 토마토의 순을 정리해주지 않아 온 사방으로 뻗어가는 그 순들...

결국 영양분이 자잘한 가지들로 흩어져 굵고 실한 열매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 책의 책장을 펼치면 시골 생활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 듯하다.

비교적 낯설지 않은 시골풍경이며 인심..

지금도 내 고향에서 만나는 시골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 만나는 사람들처럼 정겹다.

느릿느릿 가면서도 나누는 인심,마을의 안녕을 기원해 올리는 제... 등 

 

휴가철이 다가와 그런지 갑자기 시골계신 엄마도 보고 싶어지고 텃밭 주위에 심어놓은 감자며 옥수수 금방 쪄낸 것들이 그리워진다. 맑은 물 졸졸 흐르는 개울에 다슬기도 생각나고...

풀각시님의 뜨락에 종종 들러 그동안 익히신 농삿법 좀 전수받아야 겠다.

내년엔 나의 손바닥만한 저 공간에도 올해보다 나은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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