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뿔은 즐겁다 - 백우선 동시집
백우선 지음, 신은혜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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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뿔은 즐겁다/ 백우선 시, 신은혜 그림 / 고래책빵 / 2022

 

간결한 시, 감칠맛 나는 시

 

백우선 시인의 염소 뿔은 즐겁다를 만났다. 우선 제목이 흥미를 끈다. 뿔이 어떻게 즐겁지? 뭐라고 썼을까? 시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기에 뿔이 즐겁다고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겼다.

백우선 시인은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1981현대시학시 부문에 천료되었고, 1995한국일보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우리는 하루를 해처럼은 넘을 수가 없나, 춤추는 시, 길에 핀 꽃등 다수가 있으며 동시집으로는 느낌표 내 몸, 지하철의 나비 떼가 있다. 김구용시문학상과 서울강남문학상 대상, 오늘의 동시문학상,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동시집은 전체 652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간결한 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읽는 맛이 따라다닌다. 그중 몇 편을 소개해 본다.

 

누구든지/ 어둠을 밝히며/ 신나게 달리라고/ 색색의 지하철 노선-,/ 하늘은 무지개를

 

땅속에도/ 펼쳐 놓았다.// 땅속 무지개전문 (10)

 

서울은 지하철 노선이 많아 노선도를 보면 어지럽게 얽혀 있는데 시인은 그 노선도를 무지개로 보았다. 같은 눈으로 봐도 시인의 눈으로 볼 때는 그 대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 또한 마법 같은 일이다. 이런 일이 많이 생겨나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느 붓은/ 꽃을 그리려다가/ 한 송이만 그리려다가/ 그 꽃, 한 송이로 피어납니다.//

 

붓꽃전문 (13)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시다. 붓이 꽃 한 송이로 피어난 게 붓꽃이라는 내용이지만 간략하지만 그림이 그려져 마음에 와 닿는다.

 

 

뒤쪽으로 굽은/ 방어용/ 염소 뿔은 즐겁다.//

 

크레용을 칠할 거야/ 고깔을 쓸 거야/ 어릿광대 코의/ 빨간 공을 꽂을 거야/ 풍선을 묶고/ 만국기를 매달고/ 꽃을 피워 올릴 거야/ 구름을 얹을 거야//

 

염소 뿔전문 (32)

 

표제작인 이 시에서 드디어 이 동시집을 처음 대할 때의 궁금증이 해결됐다. 염소 뿔이 왜 즐겁나 했더니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할 생각에 즐거웠나 보다. 저런 상상을 하는 염소는 아마도 어린 염소가 아닐까? 행복한 염소가 아닐까? 아이처럼 상상의 날개를 펴는 염소니까 말이다.

잘한다고 힘내라고/ 남들처럼/ 박수를 보내려다/ 손을 내렸다.//

 

축구 시합 중/ 넘어졌다 일어나/ 계속 뛰는 짝꿍이/ 절뚝거려서였다.// 짝꿍전문 43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살짝 엿보이는 시다. 잘하라고 힘내라고 박수나 응원을 보내는 일도 아름답지만 넘어졌다 일어나 절뚝거리는 짝꿍을 보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겹쳐 보인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 동물 등 여러 대상을 마주하고 눈 맞추고 시로 가져오기까지 시인은 눈은 얼마나 밝아야 할까? 시인의 마음은 얼마나 고와야 할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다가 나직하게 말씀하시는 시인의 목소리가 생각나 이 선생님의 눈길이 닿은 것이라면 모든 게 시가 되고 남겠다는 생각도 든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느라 한껏 즐거운 염소가 염소 뿔은 즐겁다까지 염소 뿔에 꿰어 구석구석 독자들에게 배달까지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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