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방에 연장이 하나씩 채워지는데 연장은 다양한다. 망치도 다 같은 망치가 아니다. 못 하나를 박더라도 다른 망치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이 필자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사랑채 앞에도 연장통이 하나 있었다. 그 안에는 갖가지 못과 망치, 대패, 실톱 같은 것이 들어 있었고 좀 더 큰 연장은 호미 같은 것과 함께 헛간에 보관하고 있었다. 가끔 할아버지 톱을 가지고 나무토막 자른다고 낑낑 댄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혼도 더러 났다.
"아버지 사우디 다녀와서는 어떠셨어요?"
"말도 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은 억수로 마이했는데 집 지어주고 못 받은 돈도 많다. 그래도 그 시절이 느그 아버지 전성기였지. 하는 일도 많고, 오라는 데도 많고."
예전에 건축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사우디로 많이 가서 돈을 벌어오곤 했다. 작가의 아버지도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연장을 들였기 때문에 창고를 따로 지어야 할 만큼 연장이 많았다고 적고 있다.
"온 가족이 소박한 아침을 먹고 나가서 해질 질 무렵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지은 그 집에서 평범하지만 이제 다시 올 수 없는 시간들이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