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꽃 브로콜리숲 동시집 27
신홍식 지음, 김영대 그림 / 브로콜리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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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꽃/ 신홍식/브로콜리숲/2021

 

동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시집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또 한 해가 다 간 것만 같아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고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럴 때 최근에 출간된 동시집 서로가 꽃을 읽어보니 옷깃으로 들어오는 찬바람도 잠시 주춤하는 듯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동시집 전체에서 느끼는 삽화나 표지나 내지의 색감 또한 한몫을 하지만, 동시 한 편 한 편이 삶의 연륜을 나타내는 것처럼 지친 삶을 어루만져준다.

서로가 꽃을 펴낸 신홍식 시인은 구미에서 태어나 2010대구문학동시 부문으로 등단해 동시집 우리 선생님을 펴냈다.

1, 2부 합해서 총 30편의 동시에 김종헌 평론가의 해설을 달았는데 간결한 시를 김영대 화가의 삽화가 더 돋보이게 한다.

 

지난해

피었던 봉숭아

 

올해 또 왔습니다

 

갔다

오는 길

 

참 멉니다.

 

- <봉숭아> 전문 12~15

 

첫 시작을 장식한 <봉숭아>는 아주 짧지만, 그 거리는 1년이 걸린 만큼 편집 또한 4페이지에 걸쳐서 했다. 그 거리를 편집을 통해 독자도 느끼게 한다. 생각하게 하는 시에 재밌는 편집이다.

 

아이들 함성 소리

사라진 텅 빈 운동장

 

전학 온 풀들로

빼곡합니다.

 

올가을 운동회 때에는

풀벌레 소리

가득할 것 같습니다.

 

- <폐교> 전문 25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지방에는 곳곳에서 폐교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잘 관리가 되면 모르지만 방치되는 곳도 많다 보니 그런 곳은 잡풀이 우거져 있는 곳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풀만큼 잘 아는 게 또 있을까. 시골살이는 풀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시때때로 풀씨가 날아와 자라는 통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런데 폐교가 된 학교 운동장은 풀씨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해마다 열리던 가을 운동회, 풀벌레 소리로 가득찰 것 같다는 시인의 상상에 서운함과 쓸쓸함도 있지만, 풀벌레의 운동회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또 다른 재미도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단번에 덥석 낚아채는

 

날카로운 발톱

 

찰칵!

 

- <카메라> 전문 52

 

카메라에 관한 많은 시가 있고 많은 표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 몇 줄로 저렇게 강한 인상을 주는 시도 드물 것이다. 신홍식 시인은 순간 포착을 카메라만큼이나 잘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이 시집에는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읽는 독자에게 따스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그것이 시인이 독자에게 주는 위로가 아닐까 한다. “함께 했던 추억은/ 점점점 다가온다에서처럼 독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이 시집에서 읽고 공감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집은 위로의 시집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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