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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를 만났다 - 철학이 있는 질문 동시
임창아 지음, 손정민 그림 / 학이사어린이 / 2021년 11월
평점 :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대답을 요구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문제집 빼고.
주로 책을 읽고 그 속에 담긴 속뜻을 읽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정도의 활동을 하지만 짧은 동시 54편을 가지고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동시집을 만났다.
임창아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대답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아마도 어린 독자라면 읽으면서 바로바로 질문에 대답하느라 바쁘겠다는 생각도 든다. 독자를 동시집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만 해도 일단 성공한 동시집이 아닐까 싶다.
반짝반짝 하는 수많은 별, 그것은 밤하늘이 숙제를 잘 해서 라고 하는데 정말 무슨 숙제를 잘 해서 받았는지 안다면 따라 하고 싶다.
민들레 가게 문 열자마자
노란 향기 파나요?
달달한 꿀 파나요?
여기,
쉬 좀 해도 되나요?
혹시, 양 갈래 머리 묶은 하얀 강아지 못 보았나요?
민들레 가게에
다녀간 손님은 누구누구일까요?
<개업 손님 - 질문5> 전문 17쪽
민들레 가게 다녀간 손님이 누군지 너도나도 대답하느라 바쁘겠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고 정답은 없으니 뭐라고 한들 편안한 질문이다.
물개야, 우리 둘 중
누가 더 똑똑할까?
똑똑한 게 뭔데?
많이 아는 거라고?
그럼 얼마나 알아야 많이 아는 건데?
<먹이 찾다가 물개랑 눈 마주친 갈매기 -질문16> 전문 32쪽
시인은 사고가 참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물개랑 갈매기를 화자로 등장시켜 똑똑한 거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설정했을까? 이런 설정을 한 데에도 이유가 있을까? 시인은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을까? ㅎㅎ
방금 막,
진흙 목욕 끝낸 돼지에게
까치가 소리쳤어
-못생긴 돼지, 더러운 돼지, 가까이 오지 마,
잘생긴 것과 못생긴 건 어떻게 다르니?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의 차이는 뭐니?
<까칠한 까치 -질문 34> 전문 56쪽
깨끗한 기준은 다 다르다. 좀 어질러놔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줄을 맞춰서 정리정돈하고 먼지 한 톨 없어서 안심하는 사람이 있다. 돼지 입장에서 막 목욕을 했는데 더럽다고 하니 돼지 입장에선 억울하겠다. 흔히 자신의 기준에서 잘생겼고 못생겼고의 구분은 순전히 보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요즘은 잘생기고 못생기고 하는 것보다 개성있는 인물을 찾는 경우도 많다.
시인의 질문에 가볍게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더러는 좀 더 깊이 생각을 요하는 질문도 있다. 이런 질문으로 가족간에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잘 들어 봐" 하면서 질문이 질문을 낳고 대답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져 긴 긴 이야기가 완성되는 시간이면 좋겠다. 그러다 부엉이도 만나고 시인이 왜 이런 질문을 만들어냈지도 생각해 보고, 그러는 동안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동시집이 그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