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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도 환하게
박선미 지음 / 아이들판 / 2020년 12월
평점 :
위로받는 동시집
『먹구름도 환하게』/박선미/아이들판/2020
사스나 메르스처럼 코로나19도 금방 사그라들겠거니 했던 것이 벌써 1년을 넘겼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을 위협하고 있고, 모든 일상생활에 불편을 가져다주었다.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일반 가족 간의 모임조차도 통제를 하고 있다. 내일모레면 설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면서 설에도 모이지 말라고 하니 많은 사람이 쓸쓸한 설날을 맞을 것이다. 교사인 박선미 선생님의 『먹구름도 환하게』를 읽으며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 밝고 환한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박선미 선생님은 부산아동문학 신인상과 창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해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동시집으로 『지금은 공사 중』, 『불법주차한 내 엉덩이』, 『누워 있는 말』, 『햄버거의 마법』이 있다. 오늘의 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봉생문화상, 이주홍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무서운 바이러스 때문에// 3월 2일에서/ 3월 9일로/ 3월 9일에서/ 3월 23일로/ 자꾸 연기되던/ 입학식// 이제는 화상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고모가 사준 구두/ 이모가 사준 원피스/ 할머니가 사준 책가방도/ 저녁 뉴스 들었나 보다.// 시무룩해졌다./ 나은이처럼//
- 「슬픈 입학식」 전문 (12~13쪽)
무서운 바이러스 때문에 올해 졸업식도 조용히 넘어갔는데 입학식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구두와 원피스와 책가방이 시무룩해지겠다. 나은이 같은 수많은 입학생한테 초등학교 입학은 일생에 한 번뿐인 일인데 그런 일을 축하도 맘대로 못 하고 학교도 맘대로 갈 수 없다니 슬플 수밖에 없다.
-엄마, 태권도 도복 어디었어요?/ -할머니 방에./ -여보, 여행 가방 어딨지?/ -어머님 방에.// 할머니 하늘나라 가신 지 3년/ 아직도 우리와 함께 계신다.//
- 「아직도」 전문 (31쪽)
경상도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할배, 할매라고 부른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그렇게들 많이 부르고 있다.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24년째인데 아직도 시골집에서는 “할배방에서 뭐 좀 가져와.”와 같은 말을 종종 한다. 가족은 돌아가셨어도 그 햇수가 얼마가 되었건 간에 마음만은 늘 함께하는가 보다.
시각장애인 체험 시간이다.// 안대를 하고/ 진우가 말하는 대로/ 진우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긴다.// 나는 지금/ 진우 목소리가 아니라/ 진우 마음을 듣고 있다.// 믿으면/ 보인다.// - 「믿는다」 전문 (69쪽)
“자기 자신 외에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어서 생겨난 말이지만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는 모든 감각을 우선해서 믿어야만 사람도 길도 일도 하나씩 생겨나는 법이다. 목소리보다는 보이지 않는 마음이 먼저다.
나리 엄마/ 동주 엄마/ 다연 엄마/ 엄마들 이름에는/ 우리가 들어 있는데// 해피 엄마/ 리치 엄마/ 미루 엄마/ 요즘 결혼한 엄마들 이름에는/ 강아지가 들어 있다.//
- 「엄마 이름」 전문 (93쪽)
요즘은 현실에서의 소통보다 SNS을 통한 소통이 더 많은 것 같다. 결혼도 출산도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결혼 대신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들여 정을 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겨운 아이들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강아지 엄마, 아빠로 살아가는 길을 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걸 보면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박선미 동시집 『먹구름도 환하게』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가 많다. 시를 통해 독자에게 위로를 주고자 의도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위로받고 싶은 사람은 『먹구름도 환하게』를 펼쳐 보자. 작은 위로에 더 큰 힘을 내서 살아가는 게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