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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답게 너처럼 ㅣ 도서출판 문장의 동시집 1
이수경 지음 / 문장 / 2020년 9월
평점 :
유쾌하고 아름다운 시
『너답게, 너처럼』/이수경/문장/2020
문학 부문의 책은 그 한 권에 작가가 살아온 삶이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 너답게, 너처럼도 그렇다. 이수경 시인의 동시집에는 시인의 가족과 이웃과 어린 시절과 기르는 동물 등 모든 것이 슬며시 등장하는데 시인이 사투리까지 섞어 들려주는 시가 마치 옆에서 나직하게 들려주는 것 같다.
이수경 시인은 산청에서 태어나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기분 좋은 날」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황금펜아동문학상, 대교눈높이아동문학상, 한국안데르센상, 한국불교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우리 사이는』, 『억울하겠다, 멍순이』, 『갑자기 철든 날』, 『눈치 없는 방귀』, 『그래서 식구』, 『나도 어른이 될까?』, 『괜찮아, 너는 너야』 등이 있다.
“코딱지 먹어 봤어?”/ 짝이 된 지은이에게/ 소곤소근 물으니/ “응, 너도?”/ 두 눈을 반짝였어.// “엄마한테 혼났어?”/ 또 물으니/ “응, 너도?”/ 눈 커진/ 지은이 따라 나도/ 고개를 끄덕였어.// 우리 둘이/ 확/ 통한 날// - 「통한 날」 (19쪽)
코딱지 안 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코딱지 파는 것이야 콧구멍 속을 깨끗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니 문제 될 것 없지만 그 뒤 처리가 다양하다. 손가락으로 튕기는 사람, 책상 밑이나 벽에 붙이는 사람, 입에 넣어서 맛보는 사람 등이다. 「통한 날」을 읽은 사람은 이 시 하나로 모두가 통했을 것이다.
서로 힘세다고 난리났슈/ 우리 아부지, 큰아부지// 감자 한 박스 가지고// “실어다 드릴게유!”/ “아녀어, 미고도 가아.”// “조금 젊은 지가 낫쥬우.”/ “아녀어!, 기양 내가 햐아.”// 결국 이긴 아부지를/ 따라 가던/ 큰아부지 뒤로// “미고 가도 된다닝께.”/ 혼잣말도/ 설멍설멍 따라갔슈.// - 「쌍디 형제」 (27쪽)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생각난다. 타작하고 난 뒤 나락 가마니를 지게 지고 형님과 동생이 서로 가만가만 형님집, 동생집 마당에 가져다 둔 이야기다. 그 이야기만큼 가슴 따뜻한 동시다.
우리 식구/ 귀농해서 처음으로 딴 사과/ 궤짝에 담아 가격표를 단다.// 한 상자 만 원/ 종이에 쓰는데// “너무 싸다.”/ 둘째 승규가 외치고/ 약 한 번 안 치고/ 꽃 따주며 키운 사과/ “정말 싸다!”/ 셋째 승우가 외치고// - 「귀농 사과」 일부분 (106쪽)
완전 공감이 가는 동시다. 우리 집도 예전에 사과밭을 했는데 일에 비해 사과 값이 싸서 가을 수확 철에는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좋은 건 팔고 흠이 있는 것만 먹는 것도 주인들 몫인데 그 좋다고 골라 놓은 상품 가격이 기대치에 못 미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 먹는 입장이 되고 보니 늘 비싸다 생각 되는 것은 또 무슨 심보일까?
어른들이 읽으면 과거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동시집이다. 어린 시절이 그리운 사람은 『너답게, 너처럼』를 펼쳐 보자. 같이 놀던 친구도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옛 모습 그대로 나와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