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신호등 시 읽는 어린이 119
이시향 지음, 권우희 그림 / 청개구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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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으로 만나는 시인의 모습

파프리카 신호등/이시향/청개구리/2020

 

이시향 시인이 출간한 이번 동시집 파프리카 신호등에는 큼직큼직한 소재가 바탕이 된 시가 많다. 실업과 고향인 맑고 아름다운 제주, 소탈한 일상의 텃밭, 살고 있는 도시 울산에 대한 소개 등, 시를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오롯이 남은 시인 한 사람의 생이 보인다. 그 생이 메마른 생이 아니고 비 온 뒤의 땅처럼 촉촉하면서 무엇이든 품을 줄 아는 땅과 같은 넓은 마음이 느껴져 편안하다.

 

파프리카 신호등을 출간한 이시향 시인은 제주도가 고향이고 2003년 계간 시세계에 시가, 2006년에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2020년에 시와편견에 디카시가 당선되었다. 64회 울산예총에서 예술문학상을 받았고, 15회 울산동요사랑 대상, 9회 울산아동문학상, 3회 울산 남구문인상도 받았다. 작품집으로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사랑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 그를 닮은 그가 부르는 사모곡, 시화집 마주 보기가 있고,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디카시집 피다, 세끼(3인 공저)를 펴냈다.

 

사진작가의 실력을 갖춘 시인은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집에서도 사진사가 등장한다. 봄꽃 공장 사진사, 가을꽃 공장 사진사에서 보듯이 여기서 사진사는 이시향 시인 자신이다. 사진가 찍는 냉이꽃, 목련꽃, 개나리꽃, 벚꽃, 민들레꽃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희망이다.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는 아빠가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카메라에 희망을 담고 있다. 가을꽃 공장 사진사에서도 시인의 성향은 어김없이 드러난다. 주변에 대한 애착, 섬세한 성격이 떨어지는 낙엽조차도 꽃으로 보이게 한다.

 

일자리를 잃고도/ 새벽에 나가서/ 저녁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 퇴직 걱정 없는/ 일자릴 찾았다며/ 주말에 텃밭에/ 함께 가 보자고 한다.// -아빠 텃밭전문 (25)

 

시인은 잘 모르긴 해도 긍정 에너지가 넘치지 않을까? 텃밭이란 것이 가꾸다 보면 많은 위로를 얻는 공간이긴 해도 일자릴 잃었을 때도 저렇게 긍정적일 수 있다면 이미 대인배라고 할 수 있다. 뜀틀 선수지렁이 꿈틀, 금덩이, 파프리카 신호등, 호떡 파는 아저씨, 무당벌레와 같은 시에서 시인이 텃밭을 매개로 자연을 대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울산을 떠나간 고래들/ 친구들과 놀던/ 장생포 앞바다/ 가고 싶은지/ 매일 남쪽 하늘/ 고래 별자리 봅니다.// 할머니 몸에 붙은 따개비/ 떼어 주며 듣던/ 옛날이야기/떠오르는지/눈가에 눈물 글썽한/별빛 반짝입니다.// -울산고래전문 (70)

 

울산 장생포는 울산고래축제도 열리는 곳인데 때맞춰 구경 간다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시인의 시를 통해 장생포 앞바다를 상상해 본다. 그동안 울산은 연고가 별로 없던 관계로 지리적으로 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 이시향 시인의 시를 통해 십리대밭교를 걷고 울산대교를 건너며 삼호교에서 백로가 새끼를 키우는 것과 황어와 연어가 물살을 가르며 돌아오는 것도 보고, 배달의 다리, 울산교, 십리대밭 도깨비 마을에서 투명 감투 쓴 도깨비도 만났다. 울산 구경 자~ 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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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 2020-11-16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이렇게 잘 쓴 북리뷰를 본적이 없습니다. 파프리카 신호등이 선생님께 순수라는 별을 많이 반짝이게 한것 같아 기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