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파는 아이 내친구 작은거인 63
홍종의 지음, 김다정 그림 / 국민서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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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장 파는 아이/홍종의/국민서관/2020

몇 년 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 앞으로 통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도장을 새겨주었다. 본인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는 했으나 도장의 쓰임을 잘 모르고 아이들의 경우 자주 사용하는 게 아니다 보니 몇 번 보다가 이제는 완전히 도장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 같다.

전각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을 보자 다시 전각에 대한 관심이 활활 타오른다. 이 책은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그동안 계몽아동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 많은 수상과 《똥바가지》, 《까만 콩에 염소 똥 섞기》, 《나는 누구지?》, 《물길을 만드는 아이》 등 수많은 책을 출간한 홍종의 선생님의 신간 동화책이다.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생해 대학원까지 보낸 아들인데 그 아들이 도장을 파는 일(전각)을 한다고 할아버지가 많이 못마땅해하신다. 그 때문에 아빠는 세은이를 시골에 데려다 주면서도 집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마을 입구에서 세은을 데려다 주고 얼른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나간다.

도장을 새기는 아빠지만 도장을 잘못 찍어 고생한 경험도 있다. 그렇게 도장에는 책임이 따른다. 일종의 약속인 셈이다. 말 보다 훨씬 더 구속력을 갖는 약속이다. 세은이는 아빠, 엄마, 세강이가 아빠가 도장을 잘못 찍어줘서 집을 잃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때 시골 할아버지 댁에 맡겨져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이가 좋다. 시골에서 기르는 동물들에게 대장 노릇도 하면서 씩씩하다.

잠시 다니러 온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떡살을 얻어가기 위해 들어간 창고에서 할아버지 몸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약속한다. 떡살 때문에 세은이도 동의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아프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졌다.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할아버지는 옮겨졌다.

                              

그동안 전각체험장을 운영해온 세은이 엄마는 할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 가야 하는데 체험하러 오기로한 사람과 전화 연락이 닿지 않아 동동거리다가 세은이가 대신 체험장에 남기로 하고 병원에 간다. 시간이 체험장에 온 손님들은 멀리서 왔는데 세은이가 기다리고 있자 못마땅해하다가 겨우 체험을 시작했는데 세은이가 아픈 할아버지 이름 ‘신명철’을 쓰고 도장을 새기는 것을 보고는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다. 도장을 새기는 동안 마음을 다해 기도한다. 세은이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나서 학교에서 세은이는 스타가 됐다.

“꼬마 전각가 탄생, 천재 전각가, 효녀 전각가 최고, 할아버지 힘내세요, 내 이름도 새겨 줘, 나도 새겨 줘, 고장 파기 배울래…….” (-69쪽)

                               

할아버지가 퇴원하기 전 집 청소를 위해 들른 할아버지 댁 창고에서 도장 파는 재료로 쓰이는 때죽나무가 쌓여있는 걸 보고 아빠는 눈물을 쏟는다. 세은이도 같이. 아빠는 그동안 동네 입구에서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 나갔지만 할아버지는 벌써 아빠를 마음속으로 용서하고 계셨던 것이다. 항상 세은이에게 질투를 느끼는 희진이까지 세은이에게 도장 파는 것을 가르쳐 달라는 말에 세은이는 생각한다. “누가 희진이를 말려요? 정말 못 말려요. 희진이는 도장으로 친다면 아주아주 잘못 판 도장이에요.” 책을 읽다가 자신은 잘못 판 도장이 아닌지 스스로가 점검해 봐야겠다. 킥킥거리며 웃다가 정신을 차리게 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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