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 앞으로 통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도장을 새겨주었다. 본인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는 했으나 도장의 쓰임을 잘 모르고 아이들의 경우 자주 사용하는 게 아니다 보니 몇 번 보다가 이제는 완전히 도장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 같다.
전각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을 보자 다시 전각에 대한 관심이 활활 타오른다. 이 책은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그동안 계몽아동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 많은 수상과 《똥바가지》, 《까만 콩에 염소 똥 섞기》, 《나는 누구지?》, 《물길을 만드는 아이》 등 수많은 책을 출간한 홍종의 선생님의 신간 동화책이다.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생해 대학원까지 보낸 아들인데 그 아들이 도장을 파는 일(전각)을 한다고 할아버지가 많이 못마땅해하신다. 그 때문에 아빠는 세은이를 시골에 데려다 주면서도 집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마을 입구에서 세은을 데려다 주고 얼른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나간다.
도장을 새기는 아빠지만 도장을 잘못 찍어 고생한 경험도 있다. 그렇게 도장에는 책임이 따른다. 일종의 약속인 셈이다. 말 보다 훨씬 더 구속력을 갖는 약속이다. 세은이는 아빠, 엄마, 세강이가 아빠가 도장을 잘못 찍어줘서 집을 잃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때 시골 할아버지 댁에 맡겨져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이가 좋다. 시골에서 기르는 동물들에게 대장 노릇도 하면서 씩씩하다.
잠시 다니러 온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떡살을 얻어가기 위해 들어간 창고에서 할아버지 몸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약속한다. 떡살 때문에 세은이도 동의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아프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졌다.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할아버지는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