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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새를 품었으니 ㅣ 동시만세
김현숙 지음, 김주경 그림 / 국민서관 / 2020년 8월
평점 :
『아기 새를 품었으니』/김현숙/국민서관/2020
동시에 담긴 또 다른 세상
김현숙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가 나왔다. 첫 번째 동시집 『특별한 숙제』에 이어서 6년 만에 나온 동시집이다. 첫 책도 따스한 마음과 풍부한 동심이 듬뿍 담긴 책이었는데 이 책 역시나 표지부터 따스함이 가득한 책이다. 나무 위에 걸린 찌그러진 축구공 속에는 아기 새가 둥지를 틀고 있다. 축구공으로써의 역할을 끝내고 새 둥지로 또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을 포착한 시인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김현숙 시인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2005년 〈아동문예〉로 등단해 2010년 푸른문학상을 2013년 눈높이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으로 『특별한 숙제』, 『빵점 아빠 백점 엄마(』공저)가 있으며 현재 계간 〈동시발전소〉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버려진/ 고무신에/ 팬지꽃 피었다// 신발 신은 팬지꽃/ 행복하겠다// 걷고 싶겠다//
「팬지꽃 신발」 전문 –10쪽
요즘 고무신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신발이 아닌데 시인은 어디서 이런 장면을 포착했을까? 팬지꽃이 핀 고무신을 얼마나 신기하게 바라봤을까? 그러다 고무신의 행복한 마음까지 상상해 봤을 것이다.
똑 똑 똑// 문 열 거니까/ 놀라지 마// 그래도/ 수박은 놀랐는지// 쩌억!/ 소릴 지른다//
「놀라지 마」 전문 –17쪽
수박은 무조건 똑똑 두드려 보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맑은 소리, 둔탁한 소리로 잘 익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는데 수박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면도 있을 것 같다. 똑, 똑, 똑 노크 소리에 이어 살그머니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커다란 칼로 강제로 開門하는 거니 말이다. 그러니 쩌억!은 수박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비명이 아닐까 싶다.
구멍 나고/ 찌그러진 축구공/ 소나무 가지에 걸렸다//이리 튀고/ 저리 튀더니/ 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 오목눈이 둥지가 되었다// 이제 아기 새를 품었으니/ 맘대로 뛰어놀 수 없겠다// 저렇게 가만있어 보긴/ 처음일 거야//
「아기 새를 품었으니」 전문 –59쪽
아기를 품은 엄마는 말도 행동도 조심한다. 진짜 엄마는 아니지만 늘 통통 튀고 슝 날아다니던 축구공의 입장에서 아기 새를 품은 것은 아무리 찌그러진 축구공이라도 해도 많은 희생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시지만 의젓해진 축구공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바람 부는/ 겨울 한낮//느릿느릿 걷던/ 할아버지가/ 휘청// 옆에서/ 부축하는 할머니도/ 휘청// 서로/ 지팡이//
「서로 지팡이」 전문 96쪽
연세 드신 분들이 서로 부축해가며 의지해서 가는 뒷모습을 보면 참 아름답는 생각이 든다. 시인의 눈에도 노부부의 모습이 휘청거리는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지팡이가 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나 보다. 여러 편의 시들이 고향에 바탕을 두고 기억을 불러오기도 하고 다시 고향을 밟았을 때의 느낌을 바탕으로 썼는데 작고 사소한 것에 애정을 듬뿍 주는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있어서 이 시집을 더욱 환하게 한다. 많은 독자들이 동시 속에 담긴 또 다른 세상에 마음을 활짝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