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손수레 브로콜리숲 동시집 10
차영미 지음, 나다정 그림 / 브로콜리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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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꽃 피는 동시집

으라차차 손수레/차영미/브로콜리숲/2020

 

여름이다. 덥다 보니 기운이 빠지는 날이 많기도 한데 그보다는 현재 코로나와의 싸움이나 이런 현실이 오래가다 보니 힘이 빠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차영미 시인의 동시집은 제목에서 힘이 불끈, 하고 솟아나게 한다. 없던 힘이라도 집중해서 한 번 더 기운내게 하는 기합이 아닐까? 으라차차! 동시집 속으로 퐁당 빠져본다.

 

우리 할머니/ 영훈이 할머니/ 정우 할머니// 내 자랑/ 영훈이 자랑/ 정우 자랑으로// 한나절/ 꼴딱.// 점심 드시고/ 앉으면/ 자랑/ 재방송으로// 또 한나절/ 꼴딱.//

-할머니 취미생활전문(10~12)

 

할머니들의 공통적인 모습이 모이면 자식이나 손주 자랑을 못 참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다. 그런 자랑도 절대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이 보일 때마다 한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조금 민망할 수도 있는데 그런 자랑하는 재미가 할머니들의 취미생활이라고 보면 참을 만한 일이기도 하다.

 

할아버지가/ 힘겹게 손수레를/ 끌고 간다.// 가다가 서고/ 섰다가/ 다시 가는 길// 오르막길 입구/ 구슬땀 닦는 할아버지 뒤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인다.// “꽉 잡으세요!”// 으라차차/ 손수레가/ 오르막길을 오른다.// 손수레가/ 으라차차/ 할아버지를 밀고 간다.//

-으라차차 손수레전문(20~21)

 

표제작인 으라차차 손수레는 메마른 현실에 따듯한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일게 한다. 한때 폐지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종잇값의 하락으로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폐지를 주워 생활비에 보태는 이들이 많다. 힘든 일임에도 젊은 사람이 아닌 나이든 어르신들이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모아서 판다. 가끔은 찻길에서 위험하게 지나다니기도 하는데 오르막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보통 그냥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하나둘 힘을 합쳐 손수레를 밀어주는 모습을 보니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난다.

 

풋고추 토마토 토란이/ 자랄 때// 쇠비름 바랭이 뚝새풀도/ 자란다.// 기를 쓰고 자란다.//

-바득바득전문(64)

 

여름은 농부들이 풀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계절이다. 비라도 한 번 내리고 나면 풀은 더 기세등등하게 자라 마치 자기들 세상이나 되는 듯이 여기저기 아무 데서나 자란다. 정성 들여 가꾸는 농작물 사이로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바득바득 자라는 풀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시다.

 

이 시집에는 사계절이, 우리 이웃이, 그리고 가족이, 자연이 다 들어있다. 제비꽃과 양지꽃이 핀 봄, 추위 타는 길고양이와 가랑잎과 보리밭 이랑과 큰나무들이 자기들보다 어리고 약한 것을 보듬는 모습 등 약한 자들에게 열린 마음과 눈길이 특히 눈에 띈다. 시인의 마음일 것이다. 함께 사는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 시집은 은근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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