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을 잃어버린 신 -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시
이재순 지음, 김지연 그림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0년 7월
평점 :
정직한 마음, 단정한 동시
『발을 잃어버린 신』/이재순/아동문예/2020
이재순 선생님 동시에 하청호 선생님의 해설이 만나 『발을 잃어버린 신발』이 출간되었다. 젊은 동시인인들이 쓴 동시와는 조금 다르게 이 동시집은 나이 드신 분들이 있었을 때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동시가 단정하고 정직한 느낌이다.
잘 가. 안녕
뒷걸음치며
손 흔들고
또
-안녕
뒤돌아가다
돌아보니
아직도
손 흔들고 있는 친구
헤어지지 못한
짝꿍 마음
집까지 함께 한다.
- 「갈림길에서」 전문(22쪽)
오래전 3km 정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과 후 하굣길에 친구와 같이 집으로 오다가 헤어질 마음에 한참이나 자리를 못 뜨고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 마음도 이 시와 같지 않았나 싶다. 친한 친구 사이에는 늘 마음에 친구를 품고 다니지 않을까? 금방 보고 또 보고 싶고 놀고 싶고 수다 떨고 싶고 하니까.
집에 혼자 있으니
입도 없는 물건들이
말을 걸어오네
수도꼭지 또옥 똑!
옷장 문이 삐익 삑!
냉장고도 위잉 윙!
나 혼자 심심할까 봐
자꾸만 말을 걸어오네.
- 「집 보는 날」 전문 (41쪽)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사람이 많고 어수선할 때와는 다르게 모든 것들이 잘 들린다. 주의집중이 그만큼 더 잘 되기 때문이다. 모든 귀와 눈, 정신까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바람이 부는 소리도 나뭇잎 뒹구는 소리까지 들린다. 시에서는 수도꼭지, 옷장 문, 냉장고 소리가 말을 걸어온다고 표현했다. 이 외에도 말 걸어오는 것들은 많다. 고양이 소리, 개 짖는 소리 등도 있다.
동네 마트에서
무 고르는 엄마
속 찬 무 고르느라
들었다, 놓았다
가벼우면 바람 든 무
무거우면 단단한 무
고개는 저울추처럼
이리 갸웃 저리 갸웃.
- 「엄마 손저울」 전문(50쪽)
「엄마 손저울은 엄마라면 공감 가는 동시다. 두 개를 들고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무게를 재보는 일은 마트나 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무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눈으로 크기도 재고 몇 그램에 얼마나 하는지 비교해가며 물건 하나하나 꼼꼼하게 고르는 사람이 엄마다. 손저울로 무게도 재며 장보기 하는 엄마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빨도 나기 전
수염부터 나왔네
포대기로 겹겹 싼
애어른 업혀 있네.
- 「옥수수」 전문(88쪽)
옥수수철이다. 옥수수를 수확할 때는 수염이 어느 정도 말랐는지를 보고 수확하는데 옥수수는 대궁이에 달리면서부터 수염을 달고 나온다. 어린애가 어른 흉내 내는 것처럼. 수염은 달았지만 겹겹이 쌓인 포대기로 업힌 모습이 웃음을 짓게 한다. 시인의 관찰력을 볼 수 있는 시다.
『발을 잃어버린 신』은 도시와 농촌, 현재와 과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어린이가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도 그래 맞아, 하며 고개 끄덕이며 읽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