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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이의 이름 찾기 ㅣ 내친구 작은거인 62
최은옥 지음, 원혜진 그림 / 국민서관 / 2020년 6월
평점 :
그리운 도깨비들
몽당이의 이름 찾기/ 최은옥 글, 원혜진 그림/국민서관/2020
재밌다.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너무 빨리 끝나 아쉽다. 아껴가며 읽을 걸 그랬나 싶다. 모처럼 읽고 나서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 책이다. 머릿속에 도깨비가 뱅글뱅글 돈다.
시골에서 자랄 때 집 마당에 있던 물건들 모두가 흔히 말하는 도깨비가 변해서 스며 든 것들이었다. 긴 마당비, 지게, 소 여물통, 빨랫방망이, 다듬이돌, 부지깽이, 디딜방아 등등. 온갖 물건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어 가만 보면 심심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같이 살아가다 보면 또 그것들에 무심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도깨비와 동거가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반쪽짜리 이름을 가진 ‘몽당이’ 이름을 찾기 위해 금지된 인간 세계로 넘어와 사람들의 물건을 이것저것 가져가는데 마침 학교에 크레파스를 두고 간 한솔이가 엄마의 꾸지람 때문에 학교에 왔다가 몽당이를 만나게 된다. 오는 길에 메밀떡을 좋아하는 떡보 느림보 동철이도 같이 오게 된다. 학교 그 셋은 만나게 되고 서로가 너무 놀라 쫓고 쫓기다가 도깨비 나라에까지 함께 간다.
도깨비 나라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냄새에 더 많이 의존하기에 동철에게서 나는 냄새 때문에 동철과 한솔이 도깨비들에게 들키지 않고 지내는데 그래도 조마조마하다. 도깨비들이 무리 없이 하는 자신의 마음속에 새겨진 물건으로 변신하기나 짝꿍 변신술 같은 것들은 한솔이 동철이에겐 딴 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께는 들키게 되긴 했지만 다행히 선생님은 도깨비와 인간이 예전처럼 다시 사이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믿는 도깨비였기에 아이들에게 호의적이었다.
몽당이가 인간세계에 갔다는 걸 안 교장선생님과 지킴이도깨비가 몽당이를 잡아갔다 그때 몽당이가 왜 인간 세계로 가서 자꾸만 반 아이들 물건을 훔쳐가는지도 알게 되었다. 몽당연필을 만나지 못해 아직까지 이름이 ‘몽당’ 반쪽으로만 살고 있어서 몽당연필을 찾기 위해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덩치 큰 도깨비 솥뚜껑이 할아버지께 한 번 맛보이고 싶은 떡,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집의 메밀떡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무엇이든 아껴가며 사용하기는 일은 드물다. 몽당연필을 볼펜 껍질에 끼워서 사용하던 시절은 정말 도깨비가 나오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한솔이는 동철이를 위해 기꺼이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연필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물건의 소용함도 배우고 친구의 소중함도 배운다.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것, 말로만 “사이좋게 지내라” “아껴 쓰라”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 한솔이와 동철이처럼 이런 모험 같은 경험을 하고 나면 잔소리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사이좋게 지내고 아껴 쓰고 할 것이다.
“마음을 열고 믿는 사람에게 길이 보인다”는 싸리비 할아버지의 말에 자꾸 눈이 간다. 도깨비와 사람이 예전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세상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