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담과 담쟁이와 고양이 ㅣ 고래책빵 동시집 8
임창아 지음, 손정민.조예진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5월
평점 :
동시의 필독서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다들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보니 봄이 왔는지 갔는지 크게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면서 날씨가 서늘해졌다.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물은 바가지를 꼭 껴안고/ 바가지는 물을 꼭 껴안고/ 추위를 견디다 잠들었나 봐요.// 「꽁꽁」 전문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나 주택에서 자란 사람은 저런 광경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겨울 날씨는 뭐든 얼려놓는 게 당연했으니까.
몽당연필이 놀이터 가자고 썼습니다/ 지우개가 학원 가야 한다고 지웠습니다.// 「방과 후」 전문
짧은 동시지만 저 두 줄 안에 아이들의 심리가 다 들어있다. 놀고 싶은 마음과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요즘 아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상황이 아닐까.
셋이 싸운다는 말은 오해야// ‘담은 내가 접수한다’ 통보 없이/ 담쟁이가 일방적이어도/ 담은 담담하게 받아들여// 피 터지게 싸워/ 담판 짓지 않아도/ 개선장군처럼 고양이는 폼 잡고 담을 넘어/ 바보라서 가만히 있는 것 아니야// 담쟁이와 고양이 없는 담은/ 심심하고 외로우니까/ 봐 주는 거야// 더불어 사는 걸 알아가는 중이야//봐봐/ 혼자 노니까/ 보름달은 저리 외롭잖아// 「담과 담쟁이와 고양이」 전문
표제작인 「담과 담쟁이와 고양이」이는 무생물인 담가 생물인 담쟁이와 고양이가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다. 서로를 인정해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모습을 연출한다. 아웅다웅 하는 건 사람뿐이 아닐까 싶다. 혼자가 외롭다는 건 고양이도 담도 담쟁이도 아는데 말이다.
이 동시집에는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다. 눈으로 하나하나 맛보다 보면 ‘아, 이런 맛도 있었네’ 한다. 임창아 시인의 하나하나 입에 넣어주는 시 맛, 동시집을 펼쳐보면 와르르 쏟아질 것이다. 우선 펼쳐보면 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필독서인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