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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버퍼링
김종헌 지음 / 소소담담 / 2019년 10월
평점 :
생각의 버퍼링/김종헌/소소담담/2019
버퍼링의 사전적인 의미는 “정보의 송수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여 작업 처리 속도의 차이를 흡수하는 방법. 동영상 파일을 구현하는 중 네트워크의 상황에 따라 동영상이 끊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때,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기억해 내어 다음 데이터와 원활하게 연결시켜 준다.”라고 되어 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종헌의 산문집이 소소담담에서 나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 흐름에서 나 역시도 그 빠름에 따라가지 못해 지지직대는 버퍼링 현상이 일어나기가 부지기수다. 저자는 아는 것과 보이는 것의 간극은 여전하다고 말하며 그 사이에 알량한 지식인도 되지 못한 책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사고의 버퍼링 현상을 완충시켜주는 충전재 같은 역할을 하는 책으로 안성맞춤이다. 총4부 37편으로 구성인데 경북매일신문과 대구일보에 연재된 칼럼을 모아 엮었다. 읽다보면 당시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릴 수 있게 해 어느 시점에 쓴 글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을 쓴 김종헌 아동문학평론가는 대구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아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학술연구 교수로 있다. 저서로 『동심의 발견과 해방기 동시문학』, 『동심의 표정 동시의 미학』, 『우리 아동문학의 탐색』, 동시집으로 『뚝심』이 있으며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한국동시조문학대상을 받았다.
“지금 퇴직을 맞는 남성은 ‘아버지’와 ‘아빠’의 두 이미지에 끼여서 살아온 ‘낀 세대’들이다.
열심히 살아온 그들이 돌아갈 곳은 집이다. 그리고 친구다. 그런데 퇴직하고 돌아서는 그들에게 ‘밥 세끼’ 먹는다고 유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사회라니. 남성이 대접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니다. ‘과거 어느 때의 남성’으로 추상하지 말고 ‘지금 내 옆에 있는 남자’를 직시하자는 것이다.”
과거 가부장제 아래서 억누르고 살아왔던 세대의 이야기다. 며칠 전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투잡을 하다가 사고사를 당한 어느 가장의 기사였다. 한 가지 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 두 가지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편히 살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것이 그 집만의 일인지 사회구조적인 문제인지 답답했었다. 저자의 말처럼 퇴직을 맞았더라도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걸로 존중해주는 게 서로 기대고 살아갈 날에 대한 보험이 아닐까.
“우선 밥상은 음식을 ‘갖추어서 차려내야’한다. 음식을 ‘제공하거나 또는 나누어 주는’ 급식에 비하면 정성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학생들은 학교에서 나누어 주는 밥을 타서 먹는 것이 아니라 차려준 밥상을 받아먹게 된다. 또 밥상은 함께 둘러앉아서 먹는 인간미도 가지고 있다. 허겁지겁 먹는 급식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도란도란 밥상 앞에 둘러앉은 여유로운 장면이 떠오른다. 밥상을 차리는 것이 격식을 따지는 보수의 잔뼈로 내비칠지라도 학생들의 건강과 인간미를 살려낸다면 이런 보수는 얼마든지 있어도 좋을 듯하다.” -p77~78 일부
전국에서 다 한다는데 대구만 고등학생 무상급식을 못 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예산이 부족해서라고 들었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그리 떠들면서 아이들 먹는 것 하나 해결을 못 하다니. 실망스럽다. 머지않아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는다. 시민들은 그냥 눈 뜨고 있는 게 아니다. “딱딱한 혀와 짜부라진 눈을 가진 ‘북어’가 아니라 부드러운 혀와 부릅뜬 눈을 가진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라고 한 저자의 말처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눈을 늘 경계해야 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시대 흐름에 버퍼링을 겪고 있는 독자에게 살짝 권한다. 큰 목소리를 내기보다 조곤조곤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같아 어느 끊어진 흐름이 금방 이어져 잊었던 기억도 모락모락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