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잠재우기 섬집문고 40
이서영 지음, 김연주 그림 / 섬아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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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란 건 발이 보이지 않아도 날개 단 것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그런 소문을 잠재우는 동시 소문 잠재우기는 부산에 있는 이서영 동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고 동화를 읽고 동시를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 믿고 있다는 이서영 작가는 년 천강문학상 아동문학부분에서 우수상을 받아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18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이 책을 냈다.

4,45편의 시가 실린 이 동시집은 아이와 학부모, 어르신까지 읽을 수 있겠다.

학교 가다 개똥 밟아도/숙제 공책 못 챙겨 왔어도/오늘따라 급식이 맛없어도/혁이가 자꾸 귀찮게 해도//그냥 웃는다.//현지 생일에/초대 받은 날.//” 그냥 웃는다전문

좋아하는 아이에게서 생일잔치에 초대 받는다면 얼마나 기쁠까? 오로지 정신이 생일잔치에 가 있지 사소한 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큰일은 사소한 일을 덮는 게 세상의 이치니까.

민호가/나쁜 애라는/문자가 나돌아서/진짜 그런 줄 알았다.//배 아파서 웅크리고 있을 때/보건실 데려다 주고/교실 바닥에 흘린 열쇠/민호가 찾아준 날//나는/친구들에게 새로운 문자 날렸다.//-알고 보니/민호 꽤 괜찮은 애더라// 소문 잠재우기전문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소문이란 건 진짜일 경우도 있지만 소문은 처음 사건에서 옮기는 사람이 말을 보태고 보태고 해서 훨씬 큰 사건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가짜 뉴스 때문에 골머리를 상하는 사람이 많다. 가짜 뉴스나 소문을 대할 때 무조건 맹신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빗대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게 그런 뉴스를 대하는 사람의 자세일 것이다.

심부름하기/싫을 때//”엄마!/지금 숙제해야 돼요.“//방청소하기/귀찮을 때//”엄마!/지금 공부해야 돼요.“//엄마에게만/통하는 말// 핑계전문

공부한다는 말 앞에서 어떤 부모도 공부하지 말고 딴 거 하라고 시킬 부모는 없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공부는 좋은 핑계고 부모에게는 참 대견한 말이다.

오래 전 산에 가서/마 캤다는 할아버지//팔뚝을 내밀며/-이 만큼 큰 거도 많이 캤제.//강원도에서 직장 다닐 때/칡 캤다는 아빠//허벅지 두드리며/-이렇게 굵은 건 못 봐을걸요.//할아버지와 아빠는/서로 자랑거리 캐고//나는 옆에서 감탄사만 연말./-!// 자랑 캐내기전문

가끔 보면 어른들도 경쟁하듯이 자랑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부자지간에 앉아 자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웃음이 난다.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순복씨, 잘 자요.//할아버지 나직한 목소리에/할머니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아홉 남매의 맏이로/다섯 남매의 엄마로//누구보다/먼저 일어나고/늦게 잠들어/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병원 침대에 누워서야 듣게 된/참 폭신한 말.// 순복씨 잘 자요전문

예전 어르신들은 표현에 참 인색하다. 특히나 사랑한다는 표현에는 더 없이 인색하다. 그런 어르신이 할머니께 순복씨, 잘 자요.”라고 말한다. 쉴새없이 바쁘게만 살았던 할머니가 병원 침대 누워서야 늦게 된 참 따뜻한 말. 폭신한 말이다. 상대를 위한 배려의 말은 아무리해도 닳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입안에 가둬둔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다음 페이지에 나온 이 말을 익히느라에서는 할아버지가 한발 더 나갔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할머니의 손잡고 “-순복씨, 사랑허네라고 말했다. 참 오래 걸린 말인데 그만큼 할머니께는 감동의 말이 아니었을까. 마지막 4부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에 응원을 하게 된다.

가족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함께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단어다. 참 폭신한 시집이고 달달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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