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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피노키오 ㅣ 콩콩동시 19
김춘남 지음, 박도현 그림 / 소야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읽은 동화 ‘피노키오’가 생각나는 동시집을 만났다. 제목도 『아직도 피노키오』다. 피오키오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겐 영원한 고전이 아닐까 싶다. 모처럼 피노키오를 불러다 준 동시집은 부산에 사시는 김춘남 작가 쓰고 도서출판 소야에서 출간한 책이다.
김춘남 작가는 200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2014년 ‘부산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지은 책으로 동시집 『앗, 앗, 앗』과 『아직도 피노키오』 시집 『달의 알리바이』가 있다.
동시집이든, 시집이든, 수필집이든 한 권을 읽고 나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가가 대충 떠오른다. 그만큼 온 마음을 글을 쓰는데 바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생각, 관심, 주변까지 시집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춘남 작가의 시에는 봄으로 여는 시집으로 들어가 본다.
“노랑나비가 한 마리/날개 접은 채//따스한 봄볕 쬐며/졸고 있네요// 중략 아기 바람이 흔들어도/쿨쿨 자네요.” 「봄 들판 나비 한 마리가」 일부분
봄바람이 얼마 감미로운지, 봄 햇살은 또 얼마나 따스한지 이 시를 읽으면 나비와 같이 꽃잎에 앉아 조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순간,/아이 곁으로/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찰칵!// 「봄, 기념사진」 일부분
역시 봄에는 나비는 빼놓을 수 없다. 기념사진에 찍힌 흰나비는 아이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사진이란 게 지난 삶의 한 부분을 정지된 화면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정지된 화면은 다시 필름을 감듯이 과거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엄마랑/한국에 간다고/선생님한테 자랑하는//라비드는/다섯 살.//”아빠는 형을 좋아하니/너를 좋아하니?“/선생님이 물었다.//”아빠는요,/엄마를 더 좋아해요!“/귓속말로 전하는 라비드// 「방글라데시 아이」 전문
작가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관심이 많다. 보이는 만큼 알고 보이는 만큼 소재를 찾아서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 EBS프로그램 중에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 리’라는 프로가 있는데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될 때가 있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이국땅에서 일하는 아빠를 찾아오는 프로그램인데 서로가 애타게 그리워하고 만나 며칠간 같이 지내다 공항에서 헤어질 때 장면은 눈물을 글썽거리게도 한다. 바로 다음 시 「네팔 아이」도 한국에서 일하는 아빠를 둔 아이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시에서 느껴진다.
“나와/뱀과/매미는//‘허물’이 있다!” 「닮았다」 전문
이 시를 읽는 많은 사람 중에 “맞네, 맞네! 우리 집에 있네.” 하면서 격하게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정리정돈 안 되는 아이들이 많다는 소릴 들었는데 가정마다 덩치 큰 뱀과 매미를 쉬쉬하며 기르고 있을 것이다.(소문이 나면 안 되니까)
“오줌 누구/바지 올리다가/친구한테 자랑한다.//”내 팬티, 공룡팬티다!“ 「다섯 살」 전문
맞다. 아이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팬티를 드러내고 보여줬을 것이다. 공룡은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 받는 동물이니까.
“아빠 등산양말 빌려서 놔두면/산타할아버지가/눈치챌 텐데,//오, 산타할아버지/제발,/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예~// 「한 번만 봐주세요」 읿부분
곧 크리스마스다. 산타할아버지가 가져다줄 선물 기다리는 아이들은 지금쯤 한참 들떠 있다. 큰 양말, 작은 양말 따지지 않고 어떤 선물이든 넣으면 그 크기만큼 늘어나는 양말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발 날 텐데.
김춘남 작가의 이 시집에는 깨끗한 동심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정말이다. 내 코가 피노키오처럼 길어지지 않았다는 게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