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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 밥상 내 얼굴 ㅣ 푸른사상 동시선 44
박해경 지음 / 푸른사상 / 2018년 11월
평점 :
박해경 작가의 동시집 『두레 밥상 내 얼굴』을 만났다. 표지 그림에서 보듯이 얼굴을 두레 밥상으로 표현한 것이 재밌다. 독자들은 푸짐하게 받은 두레 밥상에서 박해경이란 작가의 이모저모를 읽어낼 수가 있다.
이 동시집을 낸 박해경 작가는 울산에서 태어나 『아동문예』 신인문학상 동시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동시집 『딱 걸렸어』를 출간했고 이 동시집은 두 번째 동시집이다.
“일하러 나간 엄마 아빠/기다리다 나는 혼자 잠이 든다.//우리 집 앞 은행나무에/이사 온 까치집에도/혼자 잠이 드는 아기 까치가 있을까?//궁금해서/까치집을 자꾸만 올려다본다.//
혼자 잠들 때의 기억이 나 나무 위의 아기 까치도 혼자 잠이 들까 봐 걱정이 된다. 맞벌이 하는 가정이 많다. 때문에 늦은 퇴근이나 야근으로 혼자 잠드는 아이가 많다.
“코 높이는 수술을 하더니/얼마 지나지 않아/눈 크게 하는 수술을 했다.// 중략 고모는 사라지고/내가 가지고 노는/바비 인형이 되어 간다.// 「바비 인형」 일부분
바비 인형 가지고 놀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알 거다. 눈, 코, 귀, 입, 그리고 늘씬한 팔다리까지 어디 한군데 완벽하지 않은 곳이 없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쉽게 고치는데 점점 공장에서 만들어낸 바비 인형을 닮아간다.
“어느 날/외할머니에게/거꾸로 돌아가는/시계가 생겼다//어제는 엄마에게/언니라고 하더니/오늘은 나에게도/언니라고 한다.//”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 전문
치매 걸린 사람이 있는 집에서는 크게 공감 가는 시다. 최근 기억부터 점점 잊어버리는 치매는 기억 회로 속에 오래 전에 입력된 내용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된 과거의 일은 비교적 잘 기억한다고 한다. 할머니에게 듣는 ‘언니’가 가슴 한 켠을 찌릿하게 한다.
“할아버지 눈썹을 닮아/듬성듬성 자란 내 눈썹//할머니처럼/안경을 써야 잘 보이는 눈//아빠 코를 닮아/내 코도 두꺼비 코//입술은 닭똥집 닮은/엄마 입술 그대로/온 가족이 둘러앉아 있는/두레 밥상 내 얼굴.// 「두레 밥상 내 얼굴」 전문
안 닮은 것 같아도 요모조모 뜯어보면 닮은 구석이 많은 게 가족이다. 두레 밥상 내 얼굴은 온 가족을 닮아 있으니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제비가 집을 짓는/시골에서 농사지으며/살고 싶다는 아빠.//시골 할아버지 집/처마 밑에 제비가/집을 짓고 새끼를/키우고 있다.//먼저 꿈을 이룬 제비가/부러운지 한참 동안/제비집을 올려다보는 아빠.// 「아빠의 꿈」 전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대선공략 중에도 ‘집 값’을 잡겠다는 말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난 대선이나 국회의원 선거 때도. 어찌된 게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뛰는 게 집 값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젊은 사람에게서 ‘3포 세대’라는 말 나오기도 했다. ‘집, 결혼, 출산’ 참 슬픈 말이다. 시에 나오는 아빠도 당당하게 귀농해서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은데 맘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읽을 수 있는 동시집이다, 반짝반짝하는 말이 아니라 은은하게 가족에게 온기를 주는 시들이다. 끈끈하게 하나로 모아 주는 동시다. 이정록 시인의 추천사처럼 같이 보고 소리 내어 읽어 이 시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