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의 상실과 결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주지만 결말은 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이 있어서 주인공 마나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소설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영화는 마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마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섞이려 하지 않는다. 분명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지 싶다.

마나는 대학교 신입생 첫날 지갑 하나를 줍는다. 그 자리에서 수많은 클럽활동 홍보를 하는 선배들이 다가와 난처해하는데, 그 자리에서 세상에서 둘 도 없는 친구이자 영혼도 같이 나누는 스미레를 만나게 된다. 우울하고 밝지 않는 마나와는 다른, 스미레는 언제나 밝고 맑고 자유로운 영혼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마나의 집에서 같이 지낸다.

마나는 스미레가 자신보다 더 좋지만 그 마음을 책을 한 번에 펼치듯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스미레가 애인을 데리고 왔을 때에도, 집에서 나가서 애인과 산다고 할 때에도 마음을 똑바로 드러내지 못한다. 아마 스미레에게는 나보다는 애인과 엄마가 어쩌면 더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스미레의 엄마와 애인은 스미레를 마음에 더 이상 담아두려 하지 않는다.

스미레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쓰나미에 쓸려 가고 말았지만, 마나는 마음속에 있는 스미레를 놓지 못한다. 나보다 더 스미레를 잡아야 하는 사람들이 스미레를 잊어가는 모습을 보며 상실을 깊게 느낀다.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마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챙겨주던 매니저가 어느 날 식당에 늦게 나오고 결국 아무런 예고도 낌새도 없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다.

마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전부 죽는다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깨져간다. 가장 사랑하는 이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고 남았을 때 남은 자는 잊어야 할까, 계속 간직하며 살아야 할까.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재미있는 구석은 눈뜨고 찾아봐도 없는 영화인데 재미있다.

영화는 주로 마나의 시점으로 보여주지만 마나가 왜 동성을 좋아하는지, 왜 인간관계에 소극적인지 보여주는 않는다. 중반이 넘어서면 스미레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마나에 비해 적은 분량이지만 스미레는 무엇 때문에 밝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대비가 영화를 이루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재미보다는 그 외의 무엇으로 잡아 끌어당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나지만 중심에 서 있는 진짜 주인공은 마나의 곁에서 늘 마나를 지켜보던 스미레라고 말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마나는 인간관계가 협소한 자신과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다 죽는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힘들어 스미레가 실종된 마을로 가서 대지진 피해자들 모임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조금씩 위로를 받는 마나. 영화는 더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초현실 부분을 앞뒤로 배치를 했다. 예전 와니와 준하처럼.

영화는 드라마지만 그 안에는 다큐멘터리 기법과 애니메이션 기법이 가미되어서 또 다른 보는 맛이 있다.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소설로 꼭 읽고 보고 싶네,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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