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망작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영화가 좋아서 몇 번이나 봤다. 샘 레이미 식 꿈과 환상의 판타지가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오즈의 마법사’를 어릴 때부터 봐서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른다. 어릴 때 오즈의 마법사는 명절이 되면 티브이에서 틀어 주었다. 그래서 명절이 다가오면 생각이 난다.

그러다 보니 노란 벽돌길을 따라 오즈로 가는 여정이 좀 더 길고 재미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래서 오즈의 마법사 티브이판 만화 버전도 재미있게 봤다. 그 거대한 지렁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땅 속에서 흙을 막 파먹으면서 잡으로 가는 그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었다.

‘캔사스 외 딴 시골길에서 어느 날 잠을 자고 있을 때, 무서운 회로운 바람 타고서 끝없는 모험이 시작됐지요’로 시작하는 주제가도 좋았다. 이 노래만 들으면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원작의 일본 주제가는 이만큼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국버전이 너무나 익숙하기에 일본 주제가는 들어도 좀 그렇다.

이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에 변주를 주었다. 도로시가 주인공인 원작에 비해 캔사스의 마법사로, 아니 마술사로 일하던 오즈가 주인공이다. 초반 20분 정도 흑백으로 나온다. 원작에 대한 예우 같은 느낌으로 시작을 해서 오즈에 떨어졌을 때 컬러로 바뀐다. 그러니까 도로시 이전의 이야기 정도 될 것 같다. 오즈가 먼저 에메랄드 성에 간 이야기.

거기서 날개 달린 원숭이와 꼬마 인형 메이와 함께 마녀 엘파바로 변한 테오도라와 그녀의 언니, 사악의 근본인 에바노라와 맞서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그래픽으로 점철된 영화라고 폄훼했지만, 진짜 마법을 부리는 마녀들에게 기술력으로 무장한 가짜 마법으로 맞서는 장면이 좋았다.

엘파바가 된 테오도라는 자아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엘파바가 되어서 오즈의 사람들을 괴롭힌다. 원작은 악의 주축인 마녀 에바노라를 도로시가 탄? 집이 깔아뭉개 죽여서 엘파바가 도로시 일행을 죽이려 든다.

이 영화에서는 그 설정을 잘 비틀었다. 마지막에 오즈가 도망가는 엘파바에게 너는 원래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잖아? 돌아와?라고 했을 때 잠시 멈칫한다. 엘파바는 어쩌면 테오도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오즈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마음이 심해서 그러지 않고 그대로 녹색마녀로 남는다.

엘파바의 웃음소리가 원작의 엘파바와 거의 같아서 놀랐다. 정말 원작의 마녀 웃음소리와 똑같다. 오즈의 마법사는 1985년 후속작이 있다. 도로시가 캔사스로 돌아왔다가 육 개월인가, 일 년 뒤 다시 오즈의 나라로 가는 사건을 이야기한다.

원작은 감독이 일곱 명이나 교체될 정도로 제작자가 집착을 한 덕분에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명작이 되었다. 그러나 원래 소설은 그렇게 밝고 아름답기보다 당시에는 너무 황당한 이야기가 가득하고 좀 어두운 부분도 있어서, 1985년 후속작 ‘리턴 투 오즈’는 아주 어둡고 고어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3D 만화로도 ‘돌아온 오즈’ 버전이 있다. 샘 레이미 식 그래픽도 좋았고, 미셸 윌리암스의 글린다고 예뻤고, 밀라 쿠니스가 정말 예쁘게 초반에 나왔다가 엘파바 마녀가 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미셸 윌리암스 하니까 히스레저와 2000년대 초반에 낳은 딸이 성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키가 미셸 윌리암스를 넘었던데. 아무튼 제목이 대사로도 나왔던 ‘오즈 그레이트 앤 파워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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