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이 에세이는 읽는 것도 좋고, 잠들기 전에 유튜브로 읽어 주는 것도 좋아서 듣다가 꼴깍하고 잠이 들기도 한다. 조깅은 다른 운동에 비해서 접하기 쉽다. 운동화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조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나는 한 10년 정도 달렸는데,라는 말을 왕왕한다.


10년 정도 달렸다는 말은, 매일 시간을 할애해서 10년을 달렸다는 말인지,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달리는데 10년이 지나서 10년을 달렸다고 하는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짐에서 운동을 하는 것도 그렇다. 후배는 오늘 두 시간 운동했다고 하는데 옆에서 너 폰만 한 시간 들여다봤잖아? 한다. 


옷 갈아입고 벗고, 샤워하고, 운동과 운동 사이에 텀이 길고, 물 마시고, 폰 보고. 그렇게 두 시간을 보내도 운동 두 시간 했다고 말을 한다. 이런 공식을 글 쓰는 것에도 대입하면, 저 십 년 동안 글을 썼어요.라는 말에 의심을 해봐야 한다.


십 년 동안 매일 꾸준하게 글을 써온 사람이 십 년 동안 글을 썼다고 하는 것과, 한 달에 한 번 글을 쓰는 사람도 십 년이 지나면 십 년 동안 글을 썼다고 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후자가 글이 더 좋다면 사람들은 와하며 존경의 눈빛을 보낸다.


매일 한 시간 이상 달리고 기록해 놓는 나로서는, 십 년 동안 뭐 했다는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하루키도, 김훈도 매일 회사에 출근하듯이 하루에 몇 시간씩 글을 적었다. 귤도 100개 중에 고르는 귤보다, 1,000개 중에 고르는 귤이 더 맛있을 확률이 높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닌데, 이 에세이를 읽으면 첫 챕터에 ‘누가 믹 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가 나온다. 이 첫 챕터로 입 큰 개구리 믹 재거라는 슈퍼 록스타의 음악과 산업 그리고 달리기를 알 수 있다.


분문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믹 재거는 매일 아침 10킬로미터(어떤 잡지에서는 19킬로미터) 이상 조깅을 한다. 록스타가 뚱뚱해서 스키니진을 입지 못한다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들었습니까? 엑슬 로즈 형님! 빈스 닐 형님! 아무튼 믹 재거는 그걸 평생하고 있다. 이승환도 그렇게 하고 있다.


믹 재거의 밴드 롤링 스톤즈가 공연하면 200톤이 넘는 무대 장비를 옮기고, 7층 높이의 무대를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중이 모여들기에 안전에 바짝 긴장한다. 믹 재거의 공연이 이뤄지면 공연 책임자는 믹 재거의 달리기 트랙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무대에서 그 큰 입으로 공연을 휘어잡는다. 대단하다. 짝짝짝. 여기서 잠시 궁금한 건 믹 재거의 입이 클까, 스티브 타일러의 입이 클까, 배철수 형님의 입이 클까.


아무튼 좋은 에세이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난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기에는 친절한 마음의 편린 같은 것이 보일까,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 그저 태평양 상공에 동그라니 떠 있는 무심한 여름 구름이 보일 뿐이다. 그것은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구름은 언제나 말이 없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거나 하는 이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선을 향해야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안쪽인 것이다. 나는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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