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간장 선생의 ‘간’은 우리 몸속에 있는 간이다. 일본은 전시 중이었고 라디오 뉴스에서는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들을 하얼빈 전선에 보내고 도쿄대 출신으로 해변 마을에서 내과 의원을 개업하고 마을 사람들을 돌보는 시골의사 아카기는 간장 선생으로 불린다.

아카기는 왕진을 갈 때 절대 걷지 않는다. 죽을힘을 다해 뛰어다닌다. 환자들을 위해서다. 마을 사람들이 아프면 간장 선생은 진료를 하고 간염으로 진단한다. 아카기는 간염을 없애기 위해 여생을 다 보낸다.

환자가 있으면 전부 간염으로 진단해서 돌팔이로 통하기도 한다. 처방은 약 먹고 잘 쉬고 잘 먹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7, 8명이지 쉴 수 없다. 게다가 군인에게도 잘 먹고 잘 쉬어라고 해서 욕만 들어 먹는다.

아카기가 처방해 주는 약은 포도당이 유일했다. 부실한 영양을 채워주기 위한 방편으로 그게 전부였지만 포도당은 전쟁 물자라 그것마저 검열이 들어온다.

또 다른 주인공 소노코가 있다. 그게 잘 못 인지도 모르고 동네 남자들에게 돈을 받고 매춘을 하는데 간장 선생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하면서 매춘을 하지 않겠다 한다. 소노코는 순수하고 마음도 예쁘고 일도 잘한다. 소노코는 오직 환자들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간장 선생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현미경이 하나 생기면서 아카기는 간염 연구에 몰두하는데 아들이 전사했다는 전보를 받는다. 그 후로 아카기는 더욱 간염퇴치에 매달리고, 일본 군부 몰래 포로를 구해서 2층에 입원시킨 소노코. 간장 선생과 모르핀중독 외과의와 술중독 스님은 모두 힘을 모아 포로를 살린다.

그러다가 군부는 포로를 감췄다는 사실을 알고 군인들이 총을 들고 병원에 몰려들고. 소노코는 온몸으로 간장 선생과 포로를 구하려고 하고, 의사들도 포로를 지키려고 하다가 전부 군인들에게 맞고 끌려가서 고문을 당한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간장 선생에서도 전쟁을 일으키는 일본 정부에게 대항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서민들은 굶어 죽어 나가는 가운데서도 오직 전쟁을 위해 물품이 군인 위주인 것도 잘 보여준다.

소노코가 하루는 퇴근하여 집으로 들어오니 어린 동생들이 쪽지를 써 놓고 잠들어 있다. 배고파 죽을 것 같아 누나, 매춘이라도 해.라는 쪽지를 보고 소노코는 생각을 하는 장면이나.

모르핀 외과 의사가 천황대신에 하느님, 부처님을 부르며 이 불쌍한 군인들을 용서해 달라며 외치다가 총을 맞고 허무하게 죽는 장면이나.

거의 치료해 준 포로는 결국 군부의 고문으로 죽는 장면이나. 당시 일본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데 이게 진지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고래가 나오는 장면과 폭탄이 터지는 장면은 아주 마음에 드는 초현실 장면 같았다.

간염이나 잘 먹고 잘 쉬어라고 하는 진단은 잘 먹을 수 없고, 잘 쉴 수 없는 전시를 일으키는 일본 군부, 정부에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염 이외에 여러 의미가 있다. 그걸 이마무라 쇼헤이는 블랙 코미디로 잘 에둘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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