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급한 나의 탓도 있지만 주위에 물어봐도 대부분 나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간 끌기 위해 반복된 장면을 너무나 싫어했다. 이 수박 씨발라먹을 것 같은 반복된 장면이 예전에는 세 번이었다. 그때에도 와 씨 너무 많이 반복하는 거 아니야! 젠장! 했는데 언젠가부터 반복된 장면이 여섯 번이나 나오는 것이다. 그 뒤로 예능은 바이바이다. 모든 예능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언젠가부터 보는 스릴러 드라마나 영화가 전부 답답하다. 답답한 전개에 개연성이라고는 1도 없는, 갑갑한 캐릭터들이 보는 사람 속 터지게 한다. 영화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갑갑한 경찰 캐릭터들은 답답하고 갑갑하다. 왜 여자 경찰 혼자서 전기충격기 하나 달랑 들고 사이코패스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가는지, 가서는 뭐 이렇다 할 방어나 공격 한 번 못하고 켁 기절해서 잡히기나 하고. 변호사는 왜 갑갑하게 아내를 겁탈하려는 점장의 말에 부들부들 떨기만 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발레리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해보자
발레리나는 정말 요즘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굉장한 영화다. 아마 이런 엄청난 영화는 앞으로 한국에서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니까 90년대 중경상림이 떠오르는 기기묘묘한 색감과 한국적이지 않은 한국의 공간이 전종서를 한껏 돋보이게 한다. 거기에 전종서 그 특유의 감정이 빠진 목소리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카메라는 옥주의 눈동자, 전종서의 눈동자를 클로즈업한다. 카메라는 말한다. 영상을 통해서 이 영화는 말이야 전종서를 위한, 전종서를 위해, 전종서에만 어울리는 영화야.
한국영화에서 가장 미친년을 미친년답게 연기하는 전종서가 이번에 더욱 미쳤지만 이 미침에 전종서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잔뜩 색감과 카메라 움직임과 대사에 욱여넣었다.
김무열이 나오자마자 나불거리기도 전에 이마에 총구멍을 내며 죽이는 장면은 뭐야? 통쾌하잖아? 그리고 곧바로 전종서를 여자 존윅, 베아트릭스 키도, 졸트(포스터는 졸트를 따라한 것 같애) 화 시킨다. 얼굴에 튄 피 역시 마구잡이가 아닌 전종서의 얼굴이 드러나는 피튀김이다.
이 영화가 굉장한 이유는 감독이 여자 친구인 전종서를 위해 선물로 바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라이너의 말처럼 내가 감독인데 일반인들이 여친에게 해 줄 수 없는 기념일 서프라이즈로 너를 위한 영화를 만들게.
그동안 이런 굉장한 영화가 있었나? 생각해 봐도 없다. 여친을 위한 감독의 콘체르토. 헤어지더라도 이 영화의 잔상이 어디든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영화적으로 답답하지 않게, 여배우들 중에 절대 하지 못하는 무자비한 액션이 아름답게 나올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영화, 똘기 있는 연기자와 천재 소리를 듣는 감독 커플이 펼치는 커플 꽁냥꽁냥 피칠갑 영화 발레리나다.
나는 요즘 안철수가 너무 좋다. 안철수 전에는 김행, 김행 님 - ’김‘은 빼고 행님을 너무나 좋아했다. 왜냐하면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달려가기 때문이다. 전혀 주위를 보지 않는다. 오직 앞만 보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 해야 하고자 하는 말만 한다. 이 험한 세상에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 작금의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전혀 마음에 걸리적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다. 그 어려운 걸 글쎄 행님이 하고 있었잖아. 너무 좋아. 근데 끝까지 앞만 보며 달려갈 줄 알았는데 사퇴하겠데. 와 씨, 너무 실망이다. 끝까지 밀고 나가서 장관이 되어야 그 이후의 일들이 흥미롭게 진행될 텐데. 사퇴문에 국민에 대한 이야기는 1도 없고 누군가에게만 미안하다고 하네.
그런데 안철수가 나타났지 모야. 안철수는 정치가가 아닐 때에는 너무나 총명하고 인물도 좋았는데 정치를 하고부터는 바보가 된 것 마냥 헤헤 얼굴이나 인상도 기기괴괴해지면서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 이준석을 걸고넘어지면서 이번 선거 도우미를 그렇게 대대적으로, 어울리지도 않는, 자기도 어색해하며 “지랄하다, 자빠졌다”를 해 놓고선 이준석이가 예언한 표 차이를 자신도 예상했데. 안철수는 착한 바보라서 거짓말을 하면 너무나 티가 난다. 그 정도 표차이가 나는 걸 예상했다면 거기 가서 그렇게 유세를 펼치진 않았겠지.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안철순데 페북에 쓴 글에 맞춤법이 그게 뭐야. 훼손을 회손이라니, 그 짤막한 문장에 이런 오탈자가 도대체 몇 개야. 정말 손가락 잘렸나. 늘 잠잠하다가 뭔가 선거 때만 나타나서 권력에 무릎 꿇고 배신당하고 어딘가 번지수 잘못짚어서 허당질 하고 있는 안철수 보는 재미가 예능프로그램보다 훨씬 재미있잖아. 제발 팽 당하지 말고, 행님처럼 자진해서 뒤로 물러가지 말고 끝까지 버텨서 자주 안철수 당신을 볼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안철수랑 발레리나는 무슨 상관인데?라고 묻는다면 상관은 없다. 꼭 상관이 있어야 하나 싶다. 발레리나라는 제목도 영화 내용과 전혀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