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서 박카스 두 박스를 사들고 왔다. 박카스는 두 박스짜리는 패키지로 판다. 들고 가기 편하게 만들어놨다. 하지만 무겁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 사백미터 정도를 들고 왔다. 그랬더니 어떤 놈이 왜 무겁게 멀리서 들고 오냐면서 요즘은 편의점에도 박카스며 약도 다 판다고 했다.


이 바보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군.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파는 박카스는 박카스  에프다. 약국에서 파는 것만 박카스 디다. 그 바보가 그게 그거지라고 하는데 그게 왜 그게 그거냐. 박카스 디랑 박카스 에프랑 엄연히 다르다. 둘을 찾아보면 아마 의약외품 뭐 이런 문구가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편의점의 박카스 에프에는 타우린이 1도 없다. 보통 제약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 건 약이 아니다. 약 개발에 어마무시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약 팔아서는 어지간한 제약회사를 든든하게 배부르게 할 수 없다. 그럼 뭐냐? 바로 제약회사에서 만들어내는 음료가 효자들이다.


박카스를 비롯해서 오로나민 씨, 비타 500 같은 음료가 효자들이다. 박카스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면 놀랄걸. 내가 어릴 때에도 어른들은 박카스 한 박스를 선물로 주거니 받거니 했다. 박카스에는 보통 각설탕 10개 정도의 설탕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마시면 당이 충전되면서 약간 기분이 괜찮다.


아주 옛날, 60년대에는 설탕이 귀해서 여름에 설탕물을 타주면 그게 최고였다. 성석제의 소설 투명인간을 읽어보면 그런 부분이 아주 잘 나온다.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했을 때 설탕물을 대접했다. 소설 속에는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군들이 고엽제가 살충이나 멸균에 좋다고 머리에 부어서 털고 얼굴을 씻고 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온다. 굉장히 좋은 소설이었다.


여하튼, 그런데 약국의 박카스 디에는 타우린이 듬뿍(까지는 아니겠지만) 들어있지만 편의점 빅카스 에프에는 1도 없다. 그냥 설탕물을 돈 주고 사 마신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게 몇 가지가 있다. 타이레놀도 약국과 편의점은 좀 다른데, 성분이 다른 건 아니고 편의점 타이레놀이 두 알 인가 더 적게 들어있고 더 비싸다는 사실이다.


박카스를 그냥 마시면 개인적으로는 너무 달기 때문에 텀블러 같은 큰 컵에 얼음과 물을 넣고 사이다를 조금 부어 마시면 끝내준다. 빅카스는 어디에 섞여도 맛있다. 소주에, 맥주에 섞여도 맛있다. 빅카스의 미쿡 버전이 레드불 같은 음료일 텐데, 레드불은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봤지만 레드불도 카페인이 많아서 어디에 섞으면 맛있을 것이다.


박카스는 택배 아저씨들에게 한 병씩 드리기 괜찮다. 뚜껑을 직접 따니 의심 살 필요도 없고 제일 좋다. 박카스 하면 광고가 유명하다. 박카스 광고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배우들도 많다. 2022년 박카스 광고는 제9회 박카스 29초 영화제 청소년부 대상을 차지한 구본비 감독의 ‘[엄마예요?]와 [누나예요!] 사이, 박카스가 필요한 순간’이다. 기억이 날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잘 보면 민철이가 누나에게 내미는 박카스는 박카스 에프다. 병도 박카스 디보다 좀 더 길쭉하고 에프라고 쓰여있다. 편의점에서 구입했기 때문이다. 박카스 광고 재미있는데 후속 편은 아직 안 나오는 것 같다. 요즘 광고 중에 아주 좋은 광고는 한화 광고다. 아무튼 콜라, 사이다, 환타 보다 박카스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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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3-08-0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카스 d 애호가입니다. 고시공부할때 많이 먹었고 지금도 50병씩 쟁여두고 출근하며 마시지요 ㅎㅎ

교관 2023-08-04 11:58   좋아요 0 | URL
오 박카스 마니아셨군요 ㅎㅎ

잉크냄새 2023-08-0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앞으로 박카스는 약국에서

교관 2023-08-04 11:58   좋아요 0 | URL
편의점 박카스는 새벽에 사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