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의 소설들은 재미는 있는데 어렵다. 아주 흥미로운데 ‘나’라고 하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어서 따라가질 못한다. 사이언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테드 창의 소설은 그야말로 바이블이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이 나온 지가 오래전이고 나 역시 오래전에 이 소설을 읽었는데 요즘의 쳇 GPT 같은 인공지능 펫, 디지언트라고 하는 인공지능이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치밀하게 말하고 있다.


정말 테드 창은 소설을 통해 이미 10년, 15년 후의 현실세계를 직시하고 있었다니. 이 소설을 다 읽고 생각나는 것은 인공지능이 섹스와 부모에 관한 것을 받아들이는 관념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만 침팬지에게 뭔가를 느껴 컁컁 해버리는 것이 생각난다.


달리를 쏙 빼닮은 에드리언 브로디가 주연한 영화 ‘스플라이스’에서 실험하는 생명체 끼르르르 끼르르르르 밖에 할 줄 모르는 드렌에게 그만 그것을 느껴서 컁컁 해버리는 것과 흡사할지도 모른다. 나의 변태적 성향인지 그런 부분은 잘 기억하고 있다. 어제일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렇게 오래되고 오래된 영화와 소설 속 그런 장면과 묘사는 기억이 잘 난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옆에서 이 변태야,라고 하더라.


테드 창이 이번 쳇 GPT에 대해서 한 말을 언급하며 대단한 소설가라고 한 박태웅 의장의 말이 생각난다. 박태웅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사실 무섭다. 이놈의 인공지능이 도대체 어디까지 사람을 홀릴 것인가에 대해서 너무 세세하게 이야기를 해줘서 듣다가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 들어간다. 박태웅도 브런치를 하고 있는데 들어가서 글을 읽어보면 다행이지만 하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들어가서 보면 미래 영화, 소설 속에서나 볼 법한 표식과 도표 같은 것들이 많아서 사이언스 인들은 좋아할 것 같다. https://brunch.co.kr/@brunchgpjz


그런데 나의 변태적 성향은 이런 것보다(붕가붕가하는 장면을 기억하는)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에는 용암처럼 뜨겁게 해서 식기 전에 먹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뜨거운 음식은 식도에 아주 좋지 않다. 그래서 뜨거운 음식은 식도암을 유발한다고 한다. 식도에 넘기기 전에 입 안에서 이 뜨거운 음식을 머금고 있는데 입천장이 홀라당 까지는 그 따가움을 느끼는 것이 꼭 짜릿하니 나쁘지 않다.


과연 나는 변태일까. 입천장에 까지면 혀로 입천장을 훑을 때 전해오는 약간의 고통이 나쁘지 않다는 거다. 그리고 벗겨진 입천장의 피부를 발골하듯 혀로 돌돌 말아서 뱉어냈을 때 많이 까질수록 좋다. 좋다기보다 나쁘지 않다. 까진 입천장에 혀를 갖다 대면 따가운데 따가워서 좋다. 이런 고통을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니까 진짜 살아있다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건 어쩌면 매일 조깅을 하면서 다리에 고통을 주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헬스인들이 무거운 기구를 얼굴이 터져라 들어서 근육에 고통이 와야 아 살맛 나는 군, 하는 것처럼 말이다. 조깅을 할 때 늘 비슷한 코스로 늘 비슷한 속도와 비슷한 거리를 비슷한 폼으로 달리지만 중간중간에 무리가 갈 정도로 몸을 푸는 경우가 있고 무리가 갈 정도로 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몸에 고통이 온다. 그게 나쁘지 않다는 거다. 나는 변태일까.


그렇게 뜨거운 음식을 먹고 까진 입천장이 얼마 만에 다 낫는지 보는 것도 묘미라면 묘미다. 예전에는 오전에 까진 입천장이 몇 시간 뒤면 거의 아물었는데 요즘은 하루가 지나야 아문다. 칼에 베이거나 손가락에 피가 나는 경우에도 예전에는 한 나절만에 아물었는데 요즘은 하루가 지나야 한다. 이러다가 이틀사흘나흘 걸리겠지. 그런 지켜보면서 느끼는 결락 같은 것도 삶의 묘미라면 묘미겠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기억나는 대사가 ‘연애는 방구고 결혼은 똥이야, 방구 존나 뀌다가 똥 마려울 때 결혼하는 거야’다. 이 대사 너무 멋진 거 같애. 나는 변태일까.


변태심리를 테스트하는 사이트가 있다. 뭐 그냥 심심풀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재미있는 물음이 많다. 피부 긁어서 부풀어 오른 부분 손톱으로 십자 자국을 내는지, 응가하고 나서 닦은 휴지를 눈으로 확인하는지, 손가락의 손거스러미 미묘하게 튀어나온 그거 확 잡아 뜯는 게 좋은지, 애인의 정수리 냄새, 하수구냄새나 수정액 냄새가 좋은지 물어본다. 아무튼 오케이가 많으면 변태에 가깝다.


예전에 집에 강아지들을 키울 때 씻기기 전에 꼬질꼬질 그 비린내를 흠흠 하며 계속 맡았었는데 나는 어떤 변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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