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땀을 있는 대로 흘리는 겁니다. 이 날은 비가 와서 산스장 같은 곳의 천막이 있는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랬더니 조깅할 때보다 더 땀이 흐른 것 같았어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 그러다가 다리가 너무 땡기고 아프면 팔 굽혀 펴기를 또 아무 생각 없이 합니다. 조깅을 하지 않는 사람은 비가 쏟아지는 날에 무슨 조깅이야,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고 있으면 저쪽에서 이쪽을 지나 다시 저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고 비를 맞으며 아흐 시원하군, 하며 열심히 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자전거를 타고 미간을 좁히며 이쪽에서 슝 하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깅으로 땀을 홀라당 뺀 다음 찬물로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맥주를 홀짝이는 것입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고 가자미를 고기처럼 뜯어먹는 것이지요. 그리고 좋아하는 소설을 읽습니다. 여름을 아주 맛있게 보내는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상하지만 여름에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그래봐야 소설이지만. 주위에는 허무할 만큼 책을 읽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는 제가 더 돈을 많이 번다던가, 더 현명하다던가, 더 똑똑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내가 책을 읽을 시간에 다른 것으로 소비를 하는데 그게 전부 현실에 더 잘 맞아떨어지는 이익이나 수익을 불러들이는 사고와 행동입니다.


여름날은 길고 길습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7월도 반이나 가버렸습니다. 15일이 이렇게나 금방 지나가리라고 알고 있었지만 알면서 코베인다는 말처럼 알고 있지만 너무 빠릅니다. 세월은 그렇게 빨리 지나갑니다. 그런 생각에 또 시원한 맥주에 얼음을 동동 띄워서 마십니다. 꿀꺽꿀꺽. 이번에는 크로켓과 계란 스크램블입니다. 그 위에 마법의 하얀 양념 마요네즈를 얹었습니다. 정말 마요네즈는 모든 것을 무마시키는 아주 얄미운 맛입니다. 마요네즈는 고소한 맛에 섞어서 먹는 맛이 더 좋습니다.


양념이 된 음식 – 명란이나, 고추장이나 양념이 되어 있는 음식에 뿌려 먹는 것보다 계란 프라이나 두부나 크로켓 같은 고소한 맛이 나는 음식에 뿌려 먹는 맛을 저는 더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냥 그래요. 더 고소하고 굉장히 고소하고 자꾸 고소합니다. 고소한 맛이 좋아요.


물론 후라이드에 마요를 뿌려 먹어도 맛있습니다. 역시 고소한 기름 맛에 마요가 합세하여 최고 조합, 극강의 꼬숨을 뇌에 강타합니다. 보통 이렇게 칼로리가 높은 고단백 음식을 먹으면 안 좋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런 음식들은 인간의 몸을 망가트리죠. 그러나 칼로리를 잘 지키고, 적당하게, 적정량을 먹으면 괜찮습니다. 거기에 매일 조금씩의 운동을 해주면 더 괜찮습니다. 그래서 그걸 잘 지킨다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꽤나 날씬한 몸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습니다.


여름이면 몇 통을 먹어치워 버리는 오이장아찌 냉국입니다. 얼음 동동 띄워서 후루룩 하고 국물을 마시고 오이장아찌를 아작아작 씹어 먹습니다. 쓴맛과 신맛이 죽 나오는데 이 맛이 중독입니다. 어린이들은 절대 모를 미묘한 맛이죠. 저 또한 초등학생 입맛이기도 하지만 또 혀의 저편에는 노인 입맛이기도 해서 여름이 되면 이 맛을 찾아서 야금야금 먹어치웁니다. 먹을 수 있을 때 맛있게 먹는 것입니다. 놓칠 수 없는 맛이죠. 이런 맛은 시골집 맛이고, 저의 시골은 외가로 관통하고 있고 외할머니의 맛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맛에는 늘 추억이 반 이상은 차지합니다.


민초단으로 또 민초를 먹어줘야죠. 지난번에는 민트 초코파이를 두 박스인가 선물로 받아서 야금야금 잘 먹었습니다. 이번 민초도 선물로 받았는데 더불어 잘 먹었습니다. 민초를 부추전과 함께 먹기도 했는데 사진을 찍었는데 찾을 수가 없네요. 민초를 부추전에 이렇게 올려서 같이 와암 먹는 겁니다. 이상하다고요? 우리 삶 자체가 이상한데 이 정도는 뭐.


여름에는 역시 수박입니다. 보통 여름이 되면 여름 동안 수박을 그래도 세 통은 깨 먹는데 올해는 글렀습니다. 비싸고, 비싸고 비쌉니다. 수박 한 덩이 정도 수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여름이어야 하는데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고요. 얼마 전에 조깅을 끝내고 들어와서 ‘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 상의 전주 편을 다시 봤습니다. 답답하고 뭔가 꽉 막힐 때 고로 상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봅니다. 그는 진정 음식을 맛있게 먹습니다. 요즘 먹방으로 뜬 100만 유튜버들의 먹방은 잘 먹는다, 많이 먹는다, 라는 느낌은 있지만 맛있게 먹는다는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주 편에서 청국장을 주문해서 비빔밥으로 비벼 먹습니다. 제육볶음도 나오고, 각종 나물과 계란 프라이, 상추도 나오고 뚝배기에 청국장도 나옵니다. 그렇게 해서 육천 원입니다. 하지만 요즘에 그 가격으로 먹을 수는 없을 겁니다.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육천 원에 그렇게 먹는다는 건 이제 꿈같은 일처럼 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금리가 올라서 물가가 오를 거라는 뉴스가 있습니다. 사람의 기본권이라 함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에 집을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었어도, 옷도 개인적으로 패션감각이 없어서 잘 입지 못하니 먹는 것 하나에 몰두합니다. 그러나 커피도 컴포스 커피정도를 마시고, 좋아하는 제과점에서 사 먹는 빵도 횟수를 줄였습니다. 먹는 것 하나 정도 내 마음대로 먹었다가 이제는 그럴 수 없을 때, 에이 그냥 다음에 사 먹지 뭐, 하고 돌아설 때 마지막 남은 자존심, 끝까지 보류했던 인간적인 나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걸 느낍니다. 요즘 정치를 보면 재미있는 게 여야가 물고 뜯고 대치하고 미친 듯이 싸워야 하는데 어째서 지금은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들끼리 서로 날을 세워서 싸우는 광경을 본 적은 이전에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대통령은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위에 이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충신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제임스 웹 카메라로 담은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이 공개되었습니다. 엄청난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별의 모습에 우주의 다른 존재가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먼 우주의 모습도 좋지만 바다에 뭐가 살고 있고 왜 고래가 울산 앞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낮잠은 일본의 앞바다에 가서 잠을 자는지 제대로 다 알려지지 않습니다. 바닷속에도 외계인이 숨어서 그동안 살 수 있고, 빙산 속에도, 에베레스트의 촐라체 크레바스 그 밑에 뭐가 있는지도 아직 모릅니다. 먼 우주에 뭐가 있는지보다 가까운 지구 더 관심을 가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기업들은 지구를 살리는데, 지구에 사는 생명에게, 멸종 희귀종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게 더 기업을 알리는데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 좀 더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모두가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하거나, 매년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새고, 하수구가 넘치는데 어째서 해결을 하지 못할까요.라는 걸 생각하면 맥주 맛이 떨어지니까 그저 다 잊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시원하게 맛있는 여름을 보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