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녀석에게 강수연이 죽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자 그 녀석이 무슨 소리야? 강수연 안 죽었어.라고 하는 것이다. 아니야 일전에 죽었다고 뉴스가 났잖아. 그러니까 그 녀석이 어이없다는 듯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를 보여 주었다. 봐, 이렇게 살아 있잖아. 영화를 기억하는 내내 강수연은 죽지 않고 살아있어.
그래,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에서 미미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공부가 뒷전인 철수와 천재 보물섬과 함께 살아 있었다. 철수는 술을 마시며 하는 생각이 어떻게 하면 미미를 꼬실까,였다. 파릇파릇 청춘으로 미미는 살아 있다. 마시는 술도 맛있다. 골치 아프게 사회문제로 고민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
철수 녀석에게는 법학과에 다니는 천재 보물섬이 있다. 보물섬은 그 어렵다는 법학과에도 수석을 먹고 들어왔다. 독서실에서 먹고 자고 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하는 보물섬은 철수와 친하게 지내면서 매일 술자리에서 철수의 고민, 미미를 어떻게 꼬시는가 하는 범우주적 문제에 봉착한다.
미미는 발랄하다. 철수 못지않게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레미제라블이 장발장이 쓴 줄 안다. 상식에서 벗어나고 상식을 파괴하고 상식과는 친하지 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미의 강수연은 예쁘기만 하다. 이들은 친해지면서 맨날 놀 궁리만 찾고 술만 마시다가 보물섬이 쓰러진다. 미미와 철수는 보물섬의 병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보물섬은 공부도 일등이며 권투를 배워서 깡패들과도 맞서서 이겨버리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뇌성마비를 가진 아이들에게 공부도 가르치는데 이제 곧 죽게 된다. 그리고 보물섬이 죽고 난 후에 미미와 철수는 친구인 보물섬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한다. 미미에게 굳이 요즘의 휴대전화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그저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있으면 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말하던 당찬 미미의 강수연이었다.
그의 영화를 보고 기억한다면 강수연은 내내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