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볶음

은 욕망의 음식이다.


오징어볶음이 도시락에 들어 있으면 젓가락들이 경공술을 하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휙휙 오고 간다. 그러고 나면 순식간에 도시락 바닥이 드러난다. 그래도 괜찮다 남은 오징어볶음과 양념장을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된다. 오징어볶음은 그만큼 맛있다. 오징어로 수많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오징어는 회로도 일품이고, 오징어 탕도 너무나 맛있다. 오징어튀김은 말해 무엇 하리. 그래도 오징어볶음만큼 자주 해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요리는 없다.


매콤함이 가득한 오징어볶음은 욕망의 음식이다. 후하후하 매워서 헐떡이면서도 오징어의 톡 터지는 그 맛이 좋아서 계속 집어먹게 된다. 만약 오징어볶음을 열로 익혀 먹는 것이 아니라 직화로 구워 먹는 다면 멈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바닷가에 살기 때문에 가끔 수산시장(은 아니지만) 같은 곳에 가면 그날 잡아온 오징어가 대야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에도 쪼그리고 앉아서 오징어를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밤에 바닷가에 나오면 저 멀리 까만 수평선에 불빛을 켜 놓은 오징어배들이 마치 수학 기호처럼 보인다. 잡혀온 오징어들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한 것인지 잡아서 올리면 먹물을 지익지익 뿜어내기도 했다.


기묘하게 생긴 생물체들은 죄다 바다에 살고 있다. 개불도 멍게도 불가사리도 해마도. 그리고 오징어도 참 묘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오징어는 영화 속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캐릭터로 나오기도 한다. 오징어의 사촌은 아기공룡 둘리에서 꼴뚜기 왕자로 나오기도 했다. 못생긴 사람의 대명사처럼 보이지만 오징어는 그간 수많은 밥상 위를 책임졌다.


보통 밥상 위를 책임지는 음식 중에서도 식당에서 당당하게 이름을 내걸고 메뉴로 나오는 식재료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오이를 좋아하지만 오이가 주 재료로 해서 이름을 내걸고 ‘산내 오이 집’하며 오이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곳은 없다. 콩나물무침 전문점도 없고, 무가 맛있는 집이라는 무 요리 전문점도 없다. 그러고 보면 오징어는 오징어 회, 오징어무침, 오징어 불고기 등 많기도 하다.


오징어볶음은 욕망을 부른다. 볶을 때 더 빨갛고 더 매운 고추장을 넣어서 볶는다. 욕망의 냄새가 퍼진다. 주방으로, 의식으로 점점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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