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는 피가 질질 흐르는 생고기에 가까운 스테이크다. 아무튼 그게 맛있고 나는 좋다. 어린 시절에는 먹어보지 못한 고기의 맛이다. 스테이크는 와구와구 먹을 수도 없어서 천천히 이야기를 하면서 먹기에 좋아서 더 좋은 음식이지 싶다. 컵라면은 빨리 먹어야 맛있지만 스테이크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피가 철철 나오는 영화를 보며 먹으면 더 좋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덜 익은 스테이크 맛을 보러 한창 아웃백에 다녔던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술안주로 왕왕 먹을 갔는데 그때는 아웃백에 소주를 팔았다. 한창 술을 마실 때라 치킨을 먹으러 가도, 회를 먹으러 가도, 전골을 먹으러 가도, 조개탕을 먹으러 가도 술 값은 엇비슷하게 나오기에 아웃백에도 자주 갔었다. 고기를 썰어서 소주와 함께 먹는 맛에 우리는 매료되었다.


우리 중에는 자동차를 세 대 몰고 다니는 돈 많은 녀석이 있어서 우리를 아웃백에 자주 데리고 갔다. 아웃백은 크리스마스 같은 날만 아니면 대기 없이 스테이크에 소주를 마실 수 있었다. 아웃백의 소주는 좀 비쌌다. 그래서 맥주와 함께 마시면 좋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는 소주를 판매하지 않았다. 대략 2011년쯤에 사라졌다.


우리가 자주 가니가 우리를 담당해주던 매니저와 조금 친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디를 가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매니저는 비번인 날에는 우리와 따로 만나기도 하고 같이 닭발에 소주를 마시기도 했다. 이렇게 친해지면 주방에서 몰래 뭔가를 자꾸 가지고 나와서 준다. 자주 가게 되어서 친해지게 된 사람들 중에는 플레잉 바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플레잉은 일주일에 몇 번 날을 잡아서 술병을 들고 군무처럼 춤을 추며 쇼를 하는 곳이다. 연습을 얼마나 했던지 어두운 곳에서 불까지 붙여서 와우.  


그들은 타지방에서 와서 숙소를 잡고 생활하면서 연습을 하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을 했다. 딱히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는데 그 플레잉 바의 사장은 나에게 아주 비싼 거라며 위스키나 코냑을 넣어서 홀짝 거리며 마실 수 있는 작은 수통, 위스키 버틀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제임슨을 좋아하는데 그걸 위스키 보틀에 넣어서 마시고 다닐 만큼 그런 멋진 인간도 아닐뿐더러,,, 아무튼 그곳에서 플레잉을 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보통 밤에는 바에 오는 사람들은 테킬라나 코냑, 위스키나 칵테일을 마신다. 소주나 막걸리는 당연하지만 없다.  


그런데 우리가 가면 위스키 병에 소주를 넣어서 사장 몰래 들고 와서 바에 놓아준다. 그리고 내가 간다고 하면 전화로 올 때 순대를 사 오라고 해서 주방에서 교묘하게 거기의 안주처럼 보이게 순대를 밑에 깔아서 바에 올려준다. 그래서 돈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 당시 여자 친구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에도 전부 병원에 와서 그곳에서 같이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놀기도 했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골 때리고 감당이 안 되는 녀석들이었냐면 술을 마시면 모두가 미친 것처럼 술을 마셨다. 숙소에 가면 각자 방은 따로지만 주방이나 거실은 같이 사용을 했다. 그중에서도 진짜 골 때리는 녀석이 있었는데 이 녀석이 오바이트가 나오는데 화장실에서 먼저 들어간 놈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전기밥솥에 오바이트를 하고 버튼을 눌러버렸다. 전기밥솥의 수증기 빠지는 구멍으로 흘러나오는 익어가는 묘한 냄새. 그중에 한 놈이 술에 취해 허기가 져서 밥솥을 열고,,,, 그런 과정을 전부 동영상으로 찍어서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이거보다 더 한 이야기가 많지만, 정말 미칠 것 같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만하도록 하고.


아웃백의 그 녀석은 제주도에 뭔가를 지어 놓고 자신의 가게를 하는 게 꿈이었는데 제대로 되었을까. 소주를 썩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소주를 팔지 않으니 이상하게 아웃백에는 또 가지 않게 되었다. 얼마간은 소주를 밖에서 사 가지고 와서 판매를 했다. 생각해보면 꿈같은 일들이었다.


요즘은 집에서 간단하게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입맛도 시간에 따라 변하게 된다. 피가 철철 나오는 스테이크가 좋은데 집에서 구우면 그보다는 좀 더 굽에 된다. 그래서 맛이 별로냐 한다면 아니다. 스테이크는 이상하게 배가 부르지 않다. 삼겹살이나 목살을 같은 양으로 구워 먹으면 배가 불렀을 텐데 스테이크는 묘하다. 아무래도 천천히 먹게 되어서 그런지 싶다. 보통 뜨거운 음식은 빨리 먹게 되는데 스테이크는 그럼 점에서 해방이다.


집에서 구우면 피망도 함께 구워서 먹는다. 피망은 생으로 먹는 것보다 열을 가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 토마토도 그렇고, 그런 채소가 몇 있다. 가지도 구웠는데 가지는 또 생걸로 먹는 게 압도적으로 나는 좋다. 그런 것을 보면 인간의 입맛이란 정말 다양하고 혹독하다. 먹고 나면 기름기며, 치우는 일, 설거지가 다른 음식보다 귀찮아서 잘 해먹지 않지만 가끔은 스테이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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