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이 부른 ‘너였다면'을 들어보면 ‘다 사랑에 빠지면 행복한 거라니 누가 그래’라는 가사가 있다. 노래는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반짝반짝 예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알게 되고 나서 오는 고통에 대해서 말한다. 다른 곳만 보는 너에게, 너도 나만큼 혼자 부서져 본다면 내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이런 망가져가는 나의 마음을 너는 도대체 알기나 할까, 가슴이 터질 것처럼 날 가득 채운 통증이 미친 소리 같지만, 이 통증이 너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늘 라디오에 이제 시집을 가야 할 것 같은데 연애도 한 번 못해보고 너무 우울하다. 결혼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연애할 수 있을까. 같은 사연이 왔다. 사랑이 예쁘고, 아름답고, 서로가 하나가 되어 천년만년 행복하다는 건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워온 학습 때문이다. 사랑이란 늘 반짝이고 아름답다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도종환 시인의 [가구]라는 시를 보면 그게 인간의, 부부의, 중년의 사랑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하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리고 사랑을 하게 되면서 두렵다. 이 사랑이 언제 끝이 날지, 이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리는 그 끝이 두렵고 무섭다.


사랑을 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사랑이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아서 잡았다 싶으면 사라지고 만다. 사연을 보낸 사람은 이미 결혼이라는 결말을 생각하고 나서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랑이 깨지는 것이 너무 무서워 연애를 할 생각을 못한다.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생각을 해버린다. 완전한 사랑을 해야만 결혼을 할 것 같아서다.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동화, 영화, 티브이에서 줄곧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고 불명확하고 모호한 사랑에 대한 정의를 해버렸다.


하지만 불완전하고 불안한 사랑도 사랑이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고 완전하지 않은데 그런 사람이 하는 사랑인데 완전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어쩌면 불안한 사랑을 통해 나 자신과 상대방을 좀 더 알아가는 과정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엽편소설 형식으로 쓰는 소설 속 주인공 기철이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기철이는 어릴 때 자신을 떠나버린 어머니 때문에 늘 혼자라 외롭다. 혼자가 되는 게 무섭도록 싫다. 하지만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기철이가 혼자가 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에게 기철이는 자신의 모든 사랑을 줬지만 엄마는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전에 자신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버리고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20대에 사랑을 해보니 에너지 소모만 너무 심했다. 취업을 위해 공부에 몰두했고, 30대에 취업한 회사에서 위로 오르기 위해 조직에 충성을 다 했고, 어영부영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40대에는 그저 가정을 위해서 또 조직에 충성을 다 했고, 가족이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일요일 하루 쉬며 조직에 충성을 다 했다. 조직이 1위였다. 꿈? 꿈같은 거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사실 꿈이라는 거 뭔지도 모른다. 조직을 위해 충성을 하고 앞만 보며 달리면 인생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몇십 년이 흘러서 보니 답답하기만 하고 주위를 보니 사람도 없다. 조직에서 인정받고 앞만 보며 달려서 남들보다 먼저 도착하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랬는데 자식들은 전혀 대화가 되지 않고, 저녁시간에 잠시 이야기하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자식들은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무엇에도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나이 들어 운동을 해도 쉽게 지치고 힘들기만 했다. 과연 나는 무엇 때문에 인생을 이리도 열심히 살아온 것일까.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 그때 문득 알게 되었다. 주위에 가득 도사리고 있는 것이 허무라는 것을.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했고, 해결해야 했다. 이거 하나 막고 나면 저기서 두 개가 터졌다. 시간을 쪼개 여기저기 다니면서 터진 곳을 막고 나면 내 몸이 부서졌다. 다음 날 눈을 뜨면 또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었다. 잘해도 내 탓, 못해도 내 탓인 것이다.


완전한 삶을 추구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에게 완전한 삶은 없다. 인간은 언젠가부터 사랑을 잃고 산다. 아이에게는 사랑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지도 않고 사랑이란 나와 먼 어떤 무형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끼리는 뽀뽀하는 거 아니야. 같은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불완전하고 불안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사랑하자. 두렵고 무섭지만, 그래서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지만, 사랑 때문에 고통스러워 나의 이런 미친 날들이 너의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해도 사랑하자. 사랑 없이 삶을 보낸다면 남는 건 허무뿐이다. 허무는 어둠보다 깜깜하고 바위보다 무거워서 허무가 짙어지면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반짝이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퇴색되고 아픈 사랑도 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너였다면 어땠을 것 같을까.



https://youtu.be/bkEpWA-4FfU  정승환 - 너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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