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이 담배를 입에 물고 빨아 당기면 치이이익 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다.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담배를 피우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는 소리가 더더욱 아니었다. 오직 그 녀석만이 담배를 입에 물고 빨아 당기면 그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특히 겨울에 가로등 밑에 서서 치이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담배를 빨아 당긴 다음 후우 하고 연기를 내뱉으면 그 연기가 마치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막막한 세상에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양 연기가 기가 막히게 뿜어져 나와 허공에 그림을 그렸다. 그때 담배냄새는 그렇게 싫지 않았다. 싫어하는 담배냄새가 싫지 않을 때가 있다. 그건 어떤 사람이 피우느냐에 따른 것 같다. 요컨대 여자가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나와서 차가운 대기에 후 하며 뿜어내는 담배연기의 냄새는 나쁘지 않다. 담배연기가 머물다 사라진 자리에는 샴푸의 향도 남아 있다. 그 녀석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반해버린 나는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었다. 흡연은 나에게는 참 기묘한 행위로 다가오며 그 기묘함은 담배와 나는 전혀 가까워질 수 없도록 했다.
흡연자들은 식사 후 한 대가 아주 맛있다고들 한다. 대부분이 밥을 맛있게 먹고 난 후 담배를 피우며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밥을 먹은 후에 담배를 피우니 먹은 밥과 반찬이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밥알이 소화도 되지 않은 채 오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술을 마시고 만취가 되어서 오바이트를 하는 건 괴롭지만 참을만하다. 정신이 없으니까. 하지만 밥을 먹고 오바이트를 하면 거의 초주검에 가깝다.
일행이 피우는 담배 냄새도 싫어하지 않는데 나는 왜 담배가 맞지 않을까, 내 몸은 왜 담배를 받지 못할까. 그 생각은 오래전에 들어 지금까지 가끔씩 한다. 도대체 담배 정도도 못 피우다니. 누군가는 건강에도 좋지 않은 담배 몸에서 받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입니까.라고 할지 모르지만 건강에 안 좋은 건 흡연 이외에도 세상에 널렸다. 온통 스트레스뿐인 생활에 한 대의 담배는 오히려 활력을 줄지도 모른다. 한 번의 끽연으로 직장상사에게 받은 고통을 잊을 수 있다면 흡연이란 정신건강에 청신호이지 않을까.
가끔 꿈을 꾸면 담배를 피우는 꿈을 꾼다. 하지만 꿈속에서 피우는 담배는 악몽이다. 담배를 물고 치이익 거리며 빨아 당기는 건 실제와 똑같지만 빨아 당긴 연기가 입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후 하고 불어도 연기가 나온 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또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당긴다. 후. 하지만 연기는 몸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러다가 점점 연기가 눈으로 차오른다. 눈동자 밑에서 연기가 마치 고인 물처럼 찰랑찰랑 위로 조금씩 올라온다. 앞에 점점 뿌옇게 보이더니 이내 눈동자는 연기로 하얗게 변해버리고 나는 아악 하며 악몽에서 깨어난다. 흡연하는 꿈을 꾸면 나는 악몽으로 두려워하다 일어난다. 그리고 꿈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나는 담배를 못 피우지만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을 요즘 보면 딱하다. 건물에서 일을 하다가 한 대 피울까 해도 예전처럼 건물 안에서는 흡연을 할 수가 없다. 화장실에서도 못 피우고, 계단에서 피우려고 해도 언젠가부터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담배를 피우면 이잉이잉 하며 흡연 금지하고 방송이 나온다. 옥상에서 피우려고 해도 더러워진다며 옥상의 문을 잠갔다. 흡연하는 여성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부장 새끼를 씹으며 한 대 피워야 하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추운 겨울에 담배 한 대 피우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서 건물 밖에 마련해둔 흡연장소에 가서 한 대 피운다. 외투를 안 가지고 와서 영하의 날씨에 오들오들 거리며 불쌍하게 피워야 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참 흡연자들의 끽연 고군분투기가 안타깝다. 흡연은 해로운 것으로 지정이 되어서 흡연자들은 마치 죄인 같은 기분으로 담배를 피우는 분위기가 꽃처럼 번졌다.
어쨌든 그 녀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그 녀석은 유독 담배를 맛있게 피웠다. 담배를 손가락 끝까지 당겨서 말아 잡은 다음 치이익 하며 담배를 빨아 당길 때 담배를 움켜쥔 검지가 좀 더 말린다. 그리고 입으로 뱉어내기 전에 코로 연기가 흘러내리는데 그 양이 실로 많다. 시원하게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처럼 연기가 코로 빠져나왔다. 그런 모습이 가로등 불빛을 받으면 멋있게 보이는 것이다. 그 녀석은 꼭 이현세의 떠돌이 까치의 까치처럼 생겼다. 머리가 직모에 그런 눈빛을 하고 있어서 겨울에 가로등 밑에서 담배를 피우면 그저 멋있게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말도 몇 마디 하지 않는다.
안개를 뱉어내는 남자라고 해서 그 녀석은 우리 사이에서 '안뱉남'으로 불렸다. 후우 하면 입에서 안개가 가득 흘러나왔다. 그 녀석 군대 가기 전에 포경수술을 했는데 수술 한 그날 술을 마시자고 해서 술을 왕창 마시고 실밥이 터져 또다시 병원에 가기도 했다. 지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녀석도 지금은 흡연 때문에 고생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담배를 멋있게 피우는 생각을 한다. 담배를 멋있게 말아 쥐고 멋있게 안개처럼 후우 연기를 뱉어내고. 멋있는 모습이라고는 잘 없어서 그런지 이런 것으로 멋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나는 담배를 못 피운다. 오늘 같은 날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