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는 조스 스톤의 ‘jet lag’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스 스톤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여자다. 노래 하나만 잘 부르면 되는데 키도 크고 늘씬한 데다 배우이기도 하다. 나는 카페의 창에 붙어 있는 바에 앉아 있었다. 혼자라서 작은 카페의 몇 개 없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기도 뭣해서 창밖으로 거리의 풍경이 보이는 바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졸음에 겨우면 가끔씩 창밖을 쳐다보며 졸음을 공멸시켰다. 사람들과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만들어낸 파랑(wave)이 잔상이 거리에 남았다.


조용한 카페에 여자 두 명이 소란스럽게 들어왔다. 여성들은 테이블에 앉지 않고 내가 앉아있는 자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받아와서 앉았다. 그렇게 길지 않은 바에 나를 비롯해 여자 두 명이 앉으니 자리가 꽉 찼다. 여성들은 가방에서 빵과 과자를 꺼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었는지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다. 비교적 읽은 책 제목 정도는 기억하는 것에 비한다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어린 시절 내가 차고 다녔던 nappy의 종류처럼 전혀 기억이 없다. 당연하지만 앉아서 읽은 책의 삼분의 일이나 되는 내용도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분명 옆에 앉아있었던 두 명의 여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 두 명은 나란히 앉아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했고 커피를 마시고 그들이 들고 온 빵과 과자를 먹었다. 여자들이 빵을 먹는 소리가 처음에는 여트막하게 들렸다. 대부분의 로컬 카페는 외부 음식은 반입금지라고 붙여놓지만 이 카페의 주인은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았다. 외부에서 조각 케이크를 들고 오던 말든, 빵을 들고 오던 말든, 만두를 들고 오던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니 카페에도 치즈케이크와 티라미수, 블루베리 크림 조각 케이크와 웨하스 정도는 있었지만 주인은 외부 음식 반입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음식을 따로 들고 와서 커피를 주문해서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곤 했다.


나의 달콤한 졸음도 싹 달아나고 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여성 두 명이 빵을 먹는 소리가 공백을 흔들어버릴 정도로 컸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성 두 명이 빵을 씹는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나란히 앉은 두 명의 여성 중 구부러진 등을 보이고 앉은 여성 때문에 건너편의, 그 옆에 앉은 여성은 입만 보였다.


어째서 여성의 입이 내 시선에 명확하게 들어왔는지 의문스럽지만 빵과 과자를 입안으로 넣어서 씹는 모습이 보였고 그 씹는 소리가 카페에 흐르는 음악을 압도할 정도로 컸다. 입술을 움직이는 사이사이에 여자의 치아가 보였다. 앞 니 두 개는 대단히 크고 튼튼하고 단단해 보였다. 마치 종마의 앞니 같았다.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꼭 여물을 씹어대는 모습이었다. 여자는 입으로 빵을 집어넣으며 말을 했는데 그 양이 대단하여 착각이라고 생각할 뻔했다. 세상이 멎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입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놀라운 것은 움직임에는 일정한 리듬이라는 게 정확하게 있었다는 것이다. 빵과 과자는 일정하지 않는 패턴으로 입속에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반면, 음식을 씹는 입의 움직임에는 체계화된 질서가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내 사고의 리듬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패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비행하는 파리의 눈알이 되어 여자가 음식을 씹어대는 입술만 확대시켜 쳐다보고 있었다. 패턴인 이렇다.


빵을 손으로 집는다.

입안의 음식물이 다 사라지기 일보 직전에 빵을 입안으로 넣는다.

또 입안의 빵이 다 사라지기 전에 과자를 입속에 넣는다.

그리고 큰 앞니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음식물을 분쇄해서 씹는다.


입술을 좌에서 우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음식물을 분쇄했는데, 정확한 형태와 간격 그에 따른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여자의 입술을 보고 있으니 마치 이 공간은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관문처럼 느껴졌다. 그 세계는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처럼 모든 것이 여자의 입에 맞춰지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번 느끼고 나니 지금 앉아있는 현실과 현재의 시간이 바닥에서 붕 떠서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카페에 흩어져 있던 의식을 그러모으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여자의 입술은 빵을 먹을수록 더욱 전투적이 되었다. 머리가 잘린 생선의 구운 이리를 씹으며, 죄를 먹고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귄터 그라스의 넙치도 생각이 났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겠지만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카페의 공간에 소리라는 곳이 소멸했기 때문이었다. 저 음식물을 끊임없이 씹고 있는 여자의 입에서, 큰 두 개의 앞니에서, 시간을 돌려야 했지만 나는 포르노를 처음 보는 학생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입술의 주름까지 전부 보였다. 봄으로 들어와 버린 계절에 크고 갈라진 입술의 주름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양식의 하나였지만 여자의 입술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빵과 과자가 들어가서 움직이는 입술과 입은 기계처럼 정확한 패턴을 그리며 음식물을 끊임없이 씹어댔다. 여자의 큰 앞니 두 개가 빵을 씹어대는 것에는 어떠한 불길한 정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말의 큰 치아 같은 여자의 앞니 두 개에는 치석이 그러데이션으로 번져 있었다.


치석의 색은 일반론에서 생각할 수 없는 색으로 그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 흩어지고 분열되었던 내 의식은 점점 조밀해졌고 육체는 한순간에 분리가 되어서 바람이 불면 저 끝으로 날려가서 먼지가 될 것만 같았다. 주름이 거대한 입술은 간단없이 움직였고 큰 앞니로 입안에 들어간 빵과 과자를 분쇄하는 행위는 무섭도록 치열한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각성을 불렀다.


그래, 각성이었다. 질서를 강요하는 두 개의 큰 앞니는 나에게 각성을 요구했다. 각성하지 않으면 점점 후퇴하여 저만치 달아나버린 자아를 따라잡지 못한다. 여자의 큰 앞니는 말처럼 원을 그리며 자유와 치아를 총제적으로 부단히 분쇄했다. 세계가 개개인의 개성을 말살하듯이.



Joss Stone - Jet Lag

https://youtu.be/n5Ac5IPkA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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