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렇게 생겼을까. 마치 슈퍼 히어로 영화 속에 나오는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서민 외계 종족처럼 생겼다. 하얗고 뽀얀 몸통에 수염뿌리가 머리 위에 난. 그래서 연약해 보이지만 아차 싶을 때 단단한 능력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봄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달래무침이다. 달래를 조물조물 무칠 때 퍼지는 참기름 향에 기분이 이미 봄이다. 봄에만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밥에 올려 슥슥 비벼 먹으면 아주 맛있다.
이른 봄을 입안에서 느끼면 오래전 봄날의 그때가 몽실몽실 구름이 되어 지나간다. 사랑으로 충만하던 그때. 사랑만으로도 배불렀던 그때. 사랑이 깨지는 소리에 온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던 그때.
또 한 숟가락 분주하게 움직여 쓱싹쓱싹 달래무침을 밥에 비벼 먹었다. 달래의 쌉싸름하고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예전의 온 세상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던 그때가 섞이면서 미소가 오랜만에 인다.
좋아하는 사람과 달래무침을 밥에 비벼서 나란히 앉아서 지난 영화를 보며 먹는 이 봄, 더 바랄 것 없는 행복한 봄이다. 봄에는 달래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