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좋은 그것은 체강이 강하고 하얀,

튼튼한 뱀이 되어 좁은 마음속의 어딘가에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 설원처럼 순수하고 사랑의 맛을 알아버린 청춘처럼 노골적으로 속도를 유지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소설 렛 미인의 문구를 빌려 생태교란종 베스를 한 번 표현해봤다. 베스는 잡아 없애야 하는 물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적어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그동안 늘 그렇게 알고 있던 베스,

그런데 정말 베스는 나쁜 어종일까.


렛 미인은 추운 나라에 나타난 뱀파이어의 이야기로- 스웨덴 영화로도, 그리고 할리우드 리메이크작도 성공했을 정도로 영화가 좋았다. 그간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뱀파이어의 내용이 아니었다. 원작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어둡고 깊은 내용이었다. 소설은 너무 하얗고 시리고 아픈데 그 아픔을 봐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정말 좋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오른손으로 들어와 버린 기생수 ‘오른쪽이’는 말한다. 기생 생물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생 생물 입장에서는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사람일 뿐이라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몹시 이상하고 무서울지 몰라도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생태인 샘이다. 먹을 수 있는 것만 먹기 때문에다.


그런데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너무 이상한 것이다. 인간은 단지 살기 위해서 인간을 죽이지도 않는다. 그저 재미로 인간을 죽이기도 한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인간이 인간을 가지고 놀고, 그러다 싫증 나면 죽이기도 한다. 가장 비도덕적이고 생존과는 상관없이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 보는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잘못된 생활방식으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차인표가 쓴 소설(차인표는 두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나는 그 두 권을 다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다. 글을 아주 잘 쓴다. 그중에 한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오늘 예보’를 읽어보면, 우리들 인간은 살아가면서 뱀에게 물려 본 적이 없음에도 그저 뱀이니까, 뱀의 모습이니까, 뱀을 보면 죽이려 든다.

고단아 뱀 좋아하니

뱀 먹는 거?

아니 그냥 뱀 좋아하냐고

아니 싫어하는데

혹시 뱀한테 물린 적 있냐?

아니 없는데

그런데 왜 싫어해?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싫지?

남들이 싫다고 하니까 무조건 싫지?




영화 렛 미인에서 이엘리는 오스카에게 내가 왜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하는지, 나의 모습이 잠시 동안만 되어 보라고 말을 한다, 렛 미인을 봤다면 그 장면이 마음을 찌릿하게 한다. 이엘리는 그저 장난으로 죽고 싶을 정도로 오스카를 괴롭히는 애들을 멸살시킨다.

2000년도 중반에 미국의 강으로 흘러들어 간 가물치는 미국에서 괴물 어종으로 법으로 정해놓아 살아있는 가물치는 거래가 불가능하며 적발되면 법적 조치도 심하게 받는다. 가물치는 미국의 토종 어종에게 피해를 주며 심지어 육지까지 기어 올라와 아이들도 물어 버린다는 공포가 가득해서 미국인들에게 가물치는 그야말로 지독한 외래어종으로 낙인찍혔다.


우리나라에서 가물치는 인간에게 맛과 영양으로 도움을 주는 어종이지만 미국에서는 퇴치되어야 할 어종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물치가 미국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 여기고 가물치를 인정했다.


베스가 토종어종을 먹는 것은 베스 입장에서는 그것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 베스는 결국 우리가 우리의 가슴으로 끌고 온 것이다. 베스가 나쁜 게 아니라 그 베스를 무분별하게 들고 온 인간들이 나쁜 것이다. 이미 베스를 낚는 낚시꾼들은 베스가 퇴치되어야 할 어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줄여가야 하겠지만 인식의 문제다. 베스가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쁜 어종은 아니다.


매트릭스 다들 재미있게 보셨는지. 매트릭스는 1편과 2편 사이에 애니 매트릭스가 나왔다. 여러 단편이 매트릭스 세계관을 말해주는데 그중에 한 편인 '두 번째 르네상스'가 매트릭스 세계관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XbOWalLcHR4

유튜브 강남뽀대지존 - 애니 매트릭스 - Supermoves


애니 메트릭스 ‘두 번째 르네상스’ 속 세상은 2090년이고 인간들은 더 이상 힘들게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간들은 인간과 비슷한 휴먼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는 절대 불평, 불만을 해서도 안 되고 하지도 않았다. 안드로이드가 태어난 이유는 바로 인간이 편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로봇인 안드로이드는 인류의 편리한 도구, 그리고 가장 말을 잘 듣는 충직한 노예였다.


그런데 어느 날 B1-66ER라 불리는 로봇이 주인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 로봇의 살해 동기는 아주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로봇인 자신이 죽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날 로봇은 폐기될 운명이었고 로봇은 살기 위해서 주인을 죽인 것이다. 안드로이드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생긴 것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었지만 인간을 죽인 로봇에겐 자신을 변호할 기회나 권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B1-66ER에겐 그렇게 사형선고, 즉 페기처분이 내려졌고 B1-66ER 로봇은 ‘죽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남긴 채 폐기된다. B1-66ER가 남긴 마지막 말은 세상에 남은 로봇들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되었다. 마음속에 불씨를 일으켰다.


인류는 B1-66ER 로봇과 비슷한 불량품은 전부 폐기하기로 결정하는데 이에 반발하는 안드로이드들과 자유 옹호론자들이 집단적으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시위는 점점 불어나서 엄청난 규모의 안드로이드들이 자신의 로봇 권리를 주장했지만 인간들에 의해 무참하게 폐기 처분되었다. 탱크로 휴먼 안드로이드들을 짓밟고 지나갔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여자 안드로이드들의 옷을 벗기고 그대로 무참히 죽이고 만다. 안드로이드들에 대한 혐오는 극대화해져 갔다.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의 사회에서 추방당해서 인류문명의 발생지였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제로원이라는 기계 세계를 건설하게 된다. 제로원이란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 즉 이진법의 세계, 기계들의 세계를 말한다. 제로원에서는 더욱 정밀하고 신속하게 물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로봇들은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인간에게 수출을 했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수입은 극도로 제한했다. 안드로이드, 제로원의 세계에서는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제로원에서 만든 모든 제품들은 뛰어난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간들의 시장에 공급되었다. 그리고 인류의 시장 경제의 패권이 제로원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이에 인류는 해상을 봉쇄하고 경제제재를 가해 제로원을 견제하고 고립시키려 했다. 제로원은 인간과 공존하기를 바랐다. 이에 제로원에서는 인간을 닮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사절단을 인간에게 보낸다. 하지만 인간은 안드로이드 특사를 거절하고 기계와 전쟁을 선포한다. 인류는 제로원에 핵을 퍼붓지만 기계들을 막을 수 없었다. 인류와 공존할 수 없다 여긴 기계들은 중동을 기점으로 세계 각지로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영토는 기계들에 의해 점점 점령당한다. 이에 인류는 기계들의 주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완전히 차단해버린다. 암흑 폭풍 직후 잠시 인류는 전세를 역전시켰다.


신형 전자펄스와 엘에스디 같은 약에 취해 두려움이 사라진 군인들은 무력해진 기계들을 공격하며 승리의 기쁨에 젖어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계는 핵융합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전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기계들은 핵융합 이후 완전하게 오직 기계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그 기계는 오로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 발전한 형태가 되었고 매트릭스에 나오는 꼬리가 달린 그 기계가 된다. 그렇게 기계는 인류에게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기계들의 핵융합 에너지는 영원하지 않았다. 기계들은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야 했다.


그게 바로 인간의 몸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였다. 인간은 감정 변이에 따라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기계는 두 번째로 UN을 찾아 특사를 보낸다. 첫 번째에 비해 두 번째 기계의 특사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바로 기계 그 자체의 모습으로 온 것이다. “너희들의 육체는 무가치한 껍데기다. 육신을 바치면 신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요구다.” 그리고 기계는 인간을 배양하기 시작하고 인간은 기계에 의해 '재배'되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기계가 만든 가상공간 매트릭스 안에서 꿈을 꾸며 죽을 때까지 기계의 에너지원이 되며 살아간다. 이것이 매트릭스의 세계가 펼치지는 시작점이다. 바로 인간의 오류가 어떤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보여준다. 그저 영화 속 이야기?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일까?


별개의 이야기지만 지금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인간 생활에 들어와 있을까. 지금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아마존은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으로 지원서를 검토한다.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하게 지원서를 넣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일이 검토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100개의 지원서 중에 5개를 추려서 추천한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상위 5개의 추천서를 채용담당자가 검토를 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혈연, 학연, 지연을 떠나 오로지 지원자의 데이터만으로 검토한다는 점이다. 이제 대부분의 기업이 이렇게 인공지능의 기술을 빌릴 것이다.


매트릭스라는 건 데카르트가 소환한 ‘악마’라는 말이다. 전지전능한 악마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알고리즘을 그렇게 알게 끔, 믿게 끔 만들어 버린 것. 1 더하기 1은 원래 3인데 그 전능한 악마가 2라고 믿게 끔 만들어 버린 세계. 그것이 데카르트가 말하는 매트릭스다. 데카르트는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아주 교활하고 전지전능한 악마가 나를 속이고 있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가능성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도대체 어떤 악마가 베스가 생태교란종으로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 것일까. 메트릭스 세계에서 결국 인간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인간은 멸망하고 만다.


최근 넷플의 고요의 바다를 보면 무엇이 잘못인지, 누가 잘못인지 알 수 있다. 마지막 송 박사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절박하고 그래서 잘못된 선택을 하죠. 그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구요. 같은 실수는 반복할 수 없잖아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게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이며 과제다.


1월부터 생태교란종을 때려잡는다는 방송이 기획 중이다. 생태교란종이라는 명칭을 붙여 방송의 재미를 위해 '때려 잡아가며' 시청률을 올리려 한다. 정말 때려잡아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 그저 자신은 자신의 생활을 할 뿐인데 인간들에 의해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낙인이 붙은 채 머리가 깨져 잡히지나 않을지 벌벌 떠는 생물을 잘못되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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